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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해 Jul 08. 2019

긍정의 말을 꺼내서 긍정의 마음을 빚어야겠다

매일 글쓰기 도전 중_이번 주 주제 : 기쁨

얼마 전 소설가 김영하 님의 강연을 들었다. ‘예술가가 되자, 지금 당장!’*이라는 제목이었다. 우리 속의 어린 예술가를 억누르지 말자, 추방하지 말자. 우리가 가진 여러 정체성 중 하나는 예술가 정체성을 가지자. 그런 이야기를 이해하기 쉽게, 재미있게 풀어나갔다.


강연장에 직접 가 앉기 전에도 이 강연을 본 적이 있다. TED에서였다. 인터넷으로 접한 강연과 실제 강연은 차이가 있었다. 15분짜리 TED 강연은 뭐랄까... 완벽한, 이상적인 강연자의 모습이었다. 군더더기 없이 정제된, 어느 것 하나 뺄 수 없이 촘촘하고 알찬 15분. 강연 주제를 단번에 머리에 새겨 넣을 수는 있었지만 생동감은 조금 떨어졌다. 너무 완벽해서. ‘김영하 작가나 되니까 그렇지 뭐.’ 생각해버렸다. (물론 이는 나의 무지함에서 비롯된 편견이자 착각이다.)


실제 강연은 같은 내용으로 2시간에 걸쳐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TED에는 담기지 않았던 더 많은 사례가 술술 나왔다. 주변 소음으로 강연 흐름이 끊기기도 하고, 그것을 또 다른 사례로 삼아 위트 있게 넘어가기도 했다. 학교에서 만난 선생님 같기도 했고, 이웃집에 사는 삼촌 같기도 했다. 단순히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져서 그랬던 것일 수도 있겠지만 강연 내용이 피부로 와 닿았다. (강연장 열기가 후끈했다고 적을까 했는데... 그날이 무척 덥긴 했다.) TED에서는 없었던 질의응답 시간도 무척 반가웠다.


들려주신 사례 중에 작가님이 학생들을 가르칠 때, “1년간 ‘짜증 난다’는 말을 못 쓰게 한다.”라는 내용은 놀라웠다. 참신했다. 나 역시도 그 학생들처럼 화가 날 때, 슬플 때, 우울할 때, 섭섭할 때, 마음대로 되지 않아 속상할 때... 그 많은 ‘때’를 ‘짜증 난다’ 한 단어로 정리했기 때문이었다. 내 입에서 단어가 없어지니 여러 감정이 머리에서도 마음에서도 모두 같은 것처럼 뒤섞여버렸다. 화가 난 게 아니라 섭섭한 것이었는데, 우울한 게 아니라 속상한 것이었는데. 그런 순간들이 있었다.


그렇게 내가 잊어버린 단어에는 ‘기쁘다’가 있다. 내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기쁘다’고 말한 것이 언제였더라. 기억도 나지 않는다. 각종 부정적인 말에 치이고, ‘좋네.’ 하는 한 마디로 끝내버려서 설 자리가 없었다.


지인에게 축하할 일이 생겼을 때, “네게 그런 일이 생겨서 (나는 무척) 기뻐.” 이런 말을 해본 적이 있을까? 단순히 “축하해.” 하고 말았던 것 같다. 맛있는 점심을 먹고 나서 “오늘 점심 맛있게 먹어서 기쁘다.”라고 말해본 적이 있을까? 아마도 “와, 진짜 잘 먹었네.” 하고 말았겠지. 그것도 아니면 “진짜 배부르다.”라고 했겠지.


언젠가부터 나는 ‘기쁘다’를 감정 표현보다는 상황 묘사에 썼다. ‘기쁜 일이 있습니다. 기쁜 소식이네요.’라는 식으로. 물론 그나마라도 썼다면 ‘기쁜’ 일이다. 왜 ‘기쁘다’를 잊고 살았을까? 기쁜 일이 없어서? 기쁘다는 감정을 느낄 수 없어서? 아니다. 말을 쓰지 않으니 ‘기쁨’도 자꾸 흐려진 탓이다.


오늘부터라도 ‘기쁘다’는 말을 써 봐야겠다. 더불어 뿌듯하다, 흐뭇하다, 반갑다, 흡족하다, 만족하다, 즐겁다 등 내가 자주 쓰지 않는, 많은 말을 꺼내야겠다. 기억의 저 깊은 곳에 더는 파묻히지 않도록 꺼내야겠다. 긍정의 말을 꺼내서 긍정의 마음을 빚어야겠다.



*참고_글에서도 말했듯, 이 강연은 TED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김영하, “예술가가 되자, 지금 당장!”

https://www.ted.com/talks/young_ha_kim_be_an_artist_right_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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