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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해 Jul 11. 2019

책 읽는 즐거움, 글 쓰는 기쁨

매일 글쓰기 도전 중_이번 주 주제 : 기쁨

남들보다 긴 출퇴근 시간을 허투루 보내는 것이 싫어서 펼쳐 든 책 덕분에 내 하루가 많이 달라졌다. 물론 처음에는 몇 쪽 읽다가 스르르 눈이 감겼다. 아침에는 잠이 덜 깨서, 저녁에는 일하고 난 뒤라 고단해서. 박자 맞춰 덜컹덜컹 흔들리는 지하철도 잠이 오는 데 한몫했다.


책상 앞에 앉아 읽는 책이 아니라서 그랬는지 억지로 읽으려 하지 않았다. 그 무렵, 독서는 숙제가 아니라는 말에 무척 감명받았던 상태였다. 그래서 읽다 잠이 오면 자고, 자다 깨면 또 읽고 그랬다.


그전에 독서는 의무감이나 부채감이 조금 있었다. 베스트셀러를 몇 주째, 몇 달째 차지하고 있는 책을 보면 남들은 다 읽는데 나만 안 읽나 싶어 구매했다. 어떤 책은 읽으면 ‘있어’ 보일 것 같아 구매했다. 그렇게 읽지도 않고 사두기만 한 책으로 마음은 더 무거웠다.


독서 의무감에서 벗어나게 해 준 “독서는 숙제가 아니다.”라는 말은 인터넷 서핑 중에 우연히 발견했다. 우리는 취미란에 독서를 당당하게 적지 않는가. 책 읽는 것이 취미가 되려면 즐거워야 한다. 그런 내용의 글이었다.


학창 시절에는 독서 삼매경에 빠졌던 때도 있었다. 늘 독서 삼매였던 것은 아니고 몇 년 중 몇 개월쯤 그런 시기가 있었다. 불규칙한 간격으로 찾아왔다. 그 시기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책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생각하지 않고 책을 읽었다는 점.


다시, 독서를 취미로 삼기로 했다. 읽다가 재미없는 책, 마음에 들지 않는 책은 과감히 덮었다. 다른 책 읽기에도 부족한 시간인데 낭비하지 말아야지. 그렇게 생각하니 속 편했다. 언젠가부터는 출퇴근 시간뿐 아니라 잠자기 전에도 읽고 점심시간에 생긴 자투리 시간에도 읽었다. ‘한 장만 더 봐야지, 한 장만 더.’ 하다가 끝까지 읽은 적도 있다. 책 읽는 즐거움에 푹 빠졌다.


머릿속에, 마음속에 읽은 책이 쌓이니 글이 쓰고 싶어 졌다. 글 쓰는 것을 워낙 좋아하기도 했고. 그래도 글 쓰는 건 엄두가 나질 않았는데 이유가 참 아이러니하다. 글을 잘 쓰고 싶어서 글을 쓰지 못했다. 조금 쓰다가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지워버리고, (작성 중이던 창을) 꺼버렸다.


책 읽는 의무감을 버리고 책 읽기가 즐거워진 것처럼, 글쓰기도 그렇겠지? 그렇게 생각했다. 일단 쓰자. 매일 쓰자. 매일 쓰니, 글 하나를 몇 날 며칠 뜯어볼 수가 없었다. 그럴 시간이 없었다.


술술 손가락 가는 대로 톡탁톡탁톡탁.

어떤 때는 핸드폰으로 또닥또닥또닥.


생각이 나는 만큼만 한 토막이라도 적어두고, 나중에 또 이어서 썼다. 하루 종일 모아둔 생각 토막을 저녁이면 한 데 모았다. 이건 에스컬레이터 내려가면서 적은 것, 저건 커피 마시다가 적은 것, 아, 이 내용은 안 맞네, 삭제 삭제. 그렇게 한 편으로 묶었다.


예전 같았으면 퇴고하고, 퇴고하고, 퇴고하고... 그러다 지쳤을 글. 그러나 요즘에는 이 정도면 됐다! 한다. 정말 됐다고 생각해서 끝내는 것이 아니다. 내일도 쓸 거니까 오늘은 됐다는 말이다. 부족하고 미숙한데, 이상하게 기쁘다.


책을 읽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꼭 해야 한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니 꾸준히 하게 되었다. 억지로 하지 않고 그저 생활의 일부로 끼워 넣었더니 훨씬 수월했다. 하루하루 쌓이니 습관이 되었다. 책 읽는 즐거움, 글 쓰는 기쁨. 그것을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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