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쓰기 도전 중_이번 주 주제 : 별
몇십 년만에 별똥별 쇼. 몇백 년만에 우주 쇼.
그런 제목의 기사가 가끔 눈에 띈다. 내 생이 아직 한 세대밖에 되지 않았는데 비슷한 기사를 몇 번이나 봤으니 정말로 몇십, 몇백 년만의 일인가 의심스럽기도 하다. 물론 내가 기사를 꼼꼼히 읽지 않아 어떤 이유로 그런 기간이 나왔는지 기억하지 못한 탓이다.
2003년 여름에도 비슷한 기사를 보았다. 시기만 기억나고 구체적인 내용은 기억나질 않아 포털사이트에서 기사를 찾아보았다. 2003년 8월 12일 날짜로 다음과 같은 기사를 찾을 수 있었다.
오는 27일 지구와 화성이 수만 년만에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만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13일 오전 10시(한국시간) 별똥별 무리인 페르세우스좌 유성군의 출현이 절정을 이룰 것이라고 영국 BBC 방송 인터넷판이 11일 보도했다. (후략)*
위 기사를 실시간으로 접했을 2003년의 나는 친구들과 다가올 ‘별똥별’을 이야기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별똥별과 소원’이 주제였다. 별똥별이 떨어질 때 소원을 빌면 들어준다는 것을 믿을 나이는 아니었다. 그래도 화두는 소원이었다. 별똥별의 가면을 쓴 소원이었다. 별똥별을 이야기하는 척, 사실은 내 1순위 가치는 무엇인지 이야기하는 시간이었다.
가족의 건강, 가정의 평안, 그런 이야기를 했다. 원하는 대학에 가고 싶다, 원하는 학과에 가고 싶다, 그런 이야기도 했다. 그 와중에 친구 A가 외쳤다.
“돈!”
지금이야 “맞다. 그 말이 진리다. 그때 너는 선견지명이 있던 게로구나.” 말하겠지만 그때는 조금 놀랐다. 별똥별 떨어질 때 빌고 싶은 게 얼마나 많은데, 돈이라니. 무한긍정 엄마 덕에 (말도 못하게 가난했지만) 가난한 줄 모르던 시절이었으니까.
“야, 별이 그렇게 빨리 떨어지는데 뭐 말하고 할 시간이 어딨어. 한 글자가 최고야. 돈!”
우리는 설득이라도 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다른 말은 길다야.
그 후로 16년이 지났다. 그동안 별똥별을 여럿 보았다. A가 알려준 대로 떨어지는 찰나, 돈! 하고 외쳐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어느 맑은 날에는 입 벌리고 쳐다보느라 못했고, 어느 우중충한 날에는 “별이 대체 어디로 떨어진다는 거야.” 하느라 못했다.
떨어지는 별들을 보며 빌었던 소원은 건강, 평안, 행복 그런 것들. 다달이 재테크 책을 꼭 찾아 읽고, 엑셀로 가계부를 정리하며, 포털사이트 경제 탭을 벗어나지 못하면서도 돈! 하는 그 외침은 쉽게 나오질 않았다.
어느덧 삼십 대가 된 나는 잘 안다. “돈이 최고야.” 하는 그 마음을. 그런데도 막상 별에게, 별님에게 말하려고 하면 입이 떼지지 않는다. 정말로 내가 돈밖에 모르는 사람이 될까 봐서. 그래도 또다시 별똥별을 만나면 외쳐 볼까.
돈!
*참고_이 기사는 <과학>페르세우스좌 유성군 출현 13일 절정(연합뉴스)입니다.
**이미지 출처_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