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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해 Jul 19. 2019

별과 꿈은 이음동의어인 것 같다

매일 글쓰기 도전 중_이번 주 주제 : 별

소리가 같지만 뜻이 다른 말을 ‘동음이의어(同音異義語)’라고 한다. 반대로, 소리는 다르지만 뜻이 같은 말을 ‘이음동의어(異音同義語)’라고 한다. 이 말도 엄연히 국어사전에 등재된 단어지만 낯설다. 보통 우리가 지나온 국어시간에는 ‘동의어’, ‘유의어’, ‘비슷한 말’ 등의 표현으로 수업하기 때문이다.


갑자기 동음이니 이음이니, 타령하는 것은 ‘별과 꿈’ 탓이다. 내 생각에 별과 꿈은 이음동의어인 것 같다. 때로 꿈은 별처럼 반짝반짝 빛난다. 때로 꿈은 별처럼 아득하다. 잡힐 듯 가까이 보이다가도 손 뻗으면 닿지 않는 먼 곳에 있다. 꿈도, 별도...


별과 꿈을 이음동의어로 느끼게 된 계기가 있다. 예이츠의 시, 「He Wishes for the Cloths of Heaven」을 알게 되면서였다. 인터넷에는 「하늘의 천」 또는 「하늘의 옷감」이라고 많이 나온다. 1921년에 김억(김안서)은 「꿈」으로,  1933년에 이하윤은 「하늘나라의 옷이 있었으면」으로, 1938년에 임학수는 「비단하늘」이라고 번역한 바 있다.*


He Wishes for the Cloths of Heaven

- William Butler Yeats


Had I the heavens' embroidered cloths,

Enwrought with golden and silver light,

The blue and the dim and the dark cloths

Of night and light and the half-light,

I would spread the cloths under your feet:

But I, being poor, have only my dreams;

I have spread my dreams under your feet;

Tread softly because you tread on my dreams.


나는 이 시를 몇 년 전 《수상한 흥신소》라는 연극에서 처음 들었다. 연극 내용은 기억나질 않는데,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에게 시를 읽어주는 장면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 남자 주인공은 「하늘의 천」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시를 읊었다. 그전까지 내가 아는 영시는 국어시간에 배운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 정도가 고작이었다. 연극에서 이 시를 듣고는, 시가 너무 예뻐서 연극이 끝나자마자 까먹을세라 시 제목을 적어왔다. 그리고 집에 와서 본문을 찾아봤다.


하늘의 천**


내게 금빛과 은빛으로 짠

하늘의 천이 있다면

어둠과 빛과 어스름으로 수놓은

파랗고 희뿌옇고 검은 천이 있다면

그 천을 그대 발밑에 깔아드리련만

나는 가난하여 가진 것이 꿈뿐이라

내 꿈을 그대 발밑에 깔았습니다

그대 밟는 것 내 꿈이오니 사뿐히 밟으소서


이 시를 듣는 순간, 두 주인공 머리 위로 펼쳐진 은하수를 상상했다. 시 속 화자가 ‘그대’ 발 밑에 깔아준 하늘의 천은 분명 은하수다. 파랗고 희뿌옇고 검은 천. 거기에 (시에선 말하지 않았지만) 점점이 박힌 것이 바로 ‘별’이고 ‘꿈’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낭만적이고 아련한 시다. 그렇게 느꼈다.


며칠 전부터 날이 흐려 별이 보이지 않는다. 생각해 보니 그동안 겨우 얼굴을 내민 몇 안 되는 별을 참 무심히도 보냈다. 가뜩이나 도시에서는 별 보기가 쉽지 않은데. 귀한 별인 줄도 모르고. 내 꿈도 그렇겠지? 요즘처럼 지친 날엔, 가뜩이나 꿈꾸기가 쉽지 않은데. 귀한 꿈인 줄도 모르고, 가끔 얼굴 내민 꿈을 참 무심히도 흘려보냈다. 영영 반짝이지 않으면 어쩌지. 가끔은 무섭다. 별 없는 밤하늘이 될까 봐.





*이 내용과 예이츠 시 본문은 “신기용 저, 『출처의 윤리』,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2015”에서 따왔습니다. 구글 도서에서 본문 검색으로 찾은 것인데 이 시와 김소월, 〈진달래꽃〉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미리보기로 읽은 것이지만 흥미진진하게 읽었네요.

**이 내용은 연극을 봤던 당시 적어두었던 메모로, 출처는 적어두질 않아 알 수 없습니다. 아마도 어느 웹사이트에서 긁어다 옮긴 것일 텐데, 연극에서 들었던 내용과 가장 유사한 번역문을 찾았던 것 같네요.

***이미지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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