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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해 Jul 22. 2019

내 안에 죽은 시인을 다시 살릴 수 있을까

매일 글쓰기 도전 중_이번 주 주제 : 죽음

고등학교 때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 1989)》를 봤다. 그 무렵, 우연히 케이블 TV에서 영화 《가타카(Gattaca, 1998)》를 보고 ‘에단 호크(Ethan Hawke)’에 빠져 있었다. 그가 나온 영화를 찾아보다, ‘로빈 윌리엄스(Robin Williams)’라는 낯익은 이름을 발견하고 이 영화를 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미세스 다웃파이어(Mrs. Doubtfire, 1993)》, 《굿 윌 헌팅(Good Will Hunting, 1997)》, 《패치 아담스(Patch Adams, 1998)》 등 그전에도 로빈 윌리엄스 영화를 많이 봤었다. 로빈 특유의 다정한 미소를 참 좋아했는데, 좋아하는 두 배우가 함께 나온다니 안 볼 수가 없는 영화였다.


로빈 윌리엄스가 분한 ‘존 키팅 선생님(Mr. John Keating)’은, 영어 선생님(우리로 말하자면 국어 선생님)이다. 입시 맞춤 강의를 하는 선생님이 아니라 문학을 노래하는 선생님이다. 학생들 스스로 사고할 수 있도록, 틀에 갇힌 생각을 깨버릴 수 있도록 돕는 선생님이다. 삶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선생님이다.


키팅 선생님이 학교를 떠날 때, 토드(에단 호크)가 “오 캡틴 마이 캡틴(O Captain! My Captain!)”을 외치며 책상 위로 올라가고, 다른 학생들도 그를 따라 책상 위로 올라간다. 다른 각도에서 보아야 다르게 볼 수 있다고 했던 키팅 선생님의 가르침에 답변하듯이... 그 학생들을 보며 키팅 선생님은 (로빈의 그 다정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 그 장면에서 나는 울었다. 영화 속 학생들과 같은 마음으로.


이 영화를, 시간이 흘러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대학교 4학년 때 다시 보았다. 키팅 선생님을 떠나보내는 그 장면에서 나는 울지 않았다. 울 수가 없었다. 암담했다. 나는 키팅 선생님처럼 되지 못할 것을 예감했다. 마음속에 품은 선생님의 모습과 현실의 나 사이에 괴리감이 컸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너희들 이래서 좋은 대학 가겠어?”를 외칠 것 같았다. “공부 안 하면 나중에 후회한다.”라는 말이나 “다 너희 잘 되라고 하는 말이야.” 이런 말이나 내뱉겠지. 키팅 선생님처럼 ‘글과 생각이 세상을 바꾼다’고 하거나 ‘시와 낭만과 사랑이야말로 삶의 목적’이라고는 절대 말하지 않을 게 뻔했다. 교단에는 서지 않았으니 내가 어떤 선생님이 되었을지는 알 수가 없다. 그러나 키팅 선생님 같은 ‘선생님’은 되지 못했을 것이다.


‘키팅’ 같은 어른도 되지 못했다. 한동안 ‘카르페 디엠(Carpe Diem)’을 좌우명처럼 품고 다녔는데 그렇게 살지 못했다. 입시는 끝나 사회인이 되었는데도 또 다른 입시가 언제나 눈 앞에 있었다. 더 좋은 직장에 들어가야 해. 더 많이 벌어야 해. 나중을 위해 지금은 참아야 해. 그런 것들로 가득 찼다. 내 마음속에서 시인을 떠나보내며 살았다.


시가 너무 필요한 요즘. 평소에는 잘 보지 않았던 시집을 들여다보는 요즘. 내 안에 죽은 시인을 다시 살릴 수 있을까. 이번 주말에는 그리운 키팅 선생님을 다시 만나야겠다.




*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2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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