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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해 Jul 24. 2019

살아가는 게 아니라 죽어가는 것 같아

매일 글쓰기 도전 중_이번 주 주제 : 죽음

“영락공원 가나요?”


차고지에 서 있는 518번 버스 앞에서 물었다. 기사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서 내려야 하냐고 덧붙여 물으니, 종점까지 가면 된다고 답해주셨다. A와 나는 텅 빈 버스에 올랐다. 어차피 종점까지 가야 한다니까 뭐. 맨 뒷자리로 가 앉았다. 출발시간이 아직 남았는지 기사님은 잠시 자리를 비우셨고 다른 승객 없는 버스에 A와 나 둘만 자리를 잡았다.


종점에서 종점까지,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은 멀었다. 친구는 이제 만날 수조차 없는 더 먼 곳에 있었다. 뭐가 그리 급해서 성년도 되지 않은 채, 열아홉 꽃다운 모습만 남기고 떠났을까. 내 마지막 기억 속 네 모습이, 머리 한 올 없는 창백한 모습인 게 너무 싫다.


내가 고등학교를 1년 꿇었다야.

한 살 어린애들이랑 졸업하니까 좋냐?

재수해서 대학 간 거랑 똑같다고 하지 뭐.


그런 대화를 할 줄 알았는데. 영영 할 수 없는 대화로, 내 머릿속에서만 맴도는 대화로 남았다.


광주에 내려온지도 오랜만이었고, A를 만난 지도 꽤 오랜만이었던 터라 우리의 수다는 길었다. 목적지가 영락공원이었던 탓일까. 화제는 흘러 흘러 생과 사에 이르렀다.


“어쩌면 우리는 살아가는 게 아니라 죽어가는 것 같아.”


A가 말했다. 이 세상에 나는 건 한 순간인데, 그보다 더 긴 시간을 점점 죽어가고 있다고. 그런 면에서 삶이 아니라 죽음의 시간이 더 긴 거 아니냐고. 그런 이야기를 했다. 죽어가는 것 같다는 말이 너무 강렬해서, 그 뒤에 이어진 말들은 또렷이 기억나질 않는다.


버스는 달리고 달려, 종점을 향해 가고... 나는 생에, 너는 생을 떠나 저 멀리에 있지만. 너를 만나러 가는 길. 너를 다시 만나려면 내 생의 종점에 가야만 겨우 만날 수 있겠지.


그날 이후, 십여 년이 흘렀다. 삶이란, 죽음이란. 그런 질문을 떠올릴 틈 없이 바쁘게 살았다. 그렇게 쉼 없이 달리다 문득, A의 말이 떠오를 때가 있다. 나는 살아가고 있는지, 죽어가고 있는지. 오늘도 나는, 생과 사 사이에서, 방향도 없이 우두커니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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