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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해 Jul 25. 2019

‘죽겠다’는 말을 너무 많이 써서 죽겠다

매일 글쓰기 도전 중_이번 주 주제 : 죽음

회사 가기 싫어 죽겠다.

회식 가기 싫어 죽겠다.

힘들어 죽겠다.

피곤해 죽겠다.

배고파 죽겠다.

배불러 죽겠다.

졸려 죽겠다.

더워 죽겠다.

습해 죽겠다.


오늘 내가 한 ‘죽겠다’는 말을 모아봤다. 기억나는 것만 적었는데도 이렇게나 많다. 본용언 없이 ‘아이고, 죽겠다’ 했던 것까지 포함하면 더 많은 ‘죽겠다’를 내뱉었다.

 

언제부터인지 말 끝에 ‘죽겠다’가 자꾸 붙었다. 이미 싫다, 힘들다는 말에 부정적인 느낌이 잔뜩 들어가 있는데. 그냥 싫다, 힘들다, 피곤하다고 말해도 되는데. 거기에 ‘죽겠다’라는 무시무시한 말까지 기어이 붙이고야 만다. 뱉어낸 말의 문을 닫으려면 ‘죽겠다’가 꼭 들어가야만 하는 것처럼. ‘죽겠다’는 말을 너무 많이 써서 죽겠다.


물론 이때의 ‘죽다’는 보조 형용사로, ‘앞말이 뜻하는 상태나 느낌의 정도가 매우 심함’을 나타내는 말이다. ‘예뻐 죽겠다’라든지 ‘좋아 죽겠다’라는 말에도 잘 붙는다. 하지만 내가 사용하는 ‘죽겠다’는 그런 고운 말에는 잘 붙지 않는다. 어떤 때는 의도적으로 ‘생명이 없어짐’의 뜻을 담아 말하기도 하니까.


요즘 내가 사용하는 말을 워드 클라우드(Word Cloud)*로 만든다면 어떻게 나올지 생각해봤다. 긍정의 말은 작고 조금, 부정의 말은 크고 잔뜩 있을 것 같다. 회사 생활만 해도 그렇다. 열심히 다니겠다, 더 노력해보겠다, 힘내겠다. 그런 말은 언제 마지막으로 썼는지 기억도 나질 않고... 그만두겠다, 때려치우겠다, 내가 진짜 관두고 만다. 그런 말은 쉽게 나왔다.


얼마 전 읽은 『긍정의 말 습관』에서 다음 글귀를 봤다.


신념은 말로 표현하고 반복해서 외침으로써 완성된다. 말은 인간의 내면과 환경을 바꾸는 놀라운 힘을 갖고 있다. - 마크 피셔**


마크 피셔의 말대로라면 나는 지금 포기와 절망의 말을 반복해서 외치고, 그럼으로써 더 암울한 환경을 (스스로) 만드는 중이었다. 아찔한 일이다.


2주 전, ‘기쁨’을 주제로 글을 쓸 때는 그랬다. 내가 ‘기쁘다’는 말을 참 안 썼구나. 반대로, 이번 주에는 ‘죽겠다’는 말을 너무 많이 쓰는구나 했다. 그 둘을 서로 바꿀 수 있을까? 자꾸 의식하고 줄이고/늘려 나가면 나아지지 않을까? 오늘부터 조금씩 연습해야겠다.




*워드 클라우드(Word Cloud)는 단어들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빈도가 높은 단어를 크게, 적은 단어를 적게 표현하거나 중요한 단어를 크게, 덜 중요한 단어를 적게 표현하기도 합니다. 워드 클라우드를 직접 검색해보세요.

**출처_ 오수향 저,『긍정의 말 습관』, 북클라우드,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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