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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해 Aug 03. 2019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은 사람

매일 글쓰기 도전 중_이번 주 주제 : 나무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이상형일 때가 있었다. 정확히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은 사람이란 표현이 맞겠지만. 여하튼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보면서 그렇게 생각했었다. 초등학생일 때였는지 그보다 더 어릴 때였는지는 모르겠다.


그림책 속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사과나무다. 소년에게 사과도 주고, 가지도 주고, 몸통도 주고. 끝내는 앉아 쉴 수 있게 밑동도 내어준다. 그 따스함이 좋았다. 그림 속에 나무의 표정은 그려져 있지 않지만 나무도 미소 짓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상형으로 삼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소년이 자리를 비우고 떠나가고 다시 돌아올 때, 나무는 항상 그 자리에 있었다. 모든 걸 다 내어주면서도 나무는 행복했다. 아니, 행복... 했겠지? 어른이 된 나는 나무에게 물음표를 붙인다. 그림책을 보던 그때 어린 나는 이렇게 늙어버렸다. 『아기 공룡 둘리』를 보며 고길동이 안쓰러워 보이면 어른이 된 거라지?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보며 소년이 날강도처럼 느껴지는 요즘. 나무가 너무 안쓰러운 요즘. 내가 어른이긴 한가 보다.


한편으로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은 사람을 찾으려 하지 말고 내가 먼저 그렇게 되려는 생각은 왜 하지 못했는지 싶다. 누군가에게 나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은 사람일까?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엄마는 내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은 사람인데, 나는 아이는커녕 결혼 생각도 없으니. 글렀다.


몸만 자라고 속은 좁아진 나.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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