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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해 Aug 04. 2019

나무를 키웠어야지

매일 글쓰기 도전 중_이번 주 주제 : 나무

아빠가 군에 있을 때의 이야기다. 아빠 후임 중 한 명이 집에서 묘목을 키우는 일을 했댄다. 그 후임은 휴가 때마다 집에 가서 나무 키우는 일을 돕고 왔다. 나무가 어느 정도 자라야 팔 수 있는데 나무 가격이 꽤 비쌌다. 그래서 그 후임은 복귀할 때면, 


“병장님, 이번 휴가에는 △△만 원 벌고 왔어요.” 했댄다. 정확한 가격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 당시에도 꽤 큰돈이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아빠도 나무를 키웠어야지!”라고 했다. 아빠는 맞장구치며, “그러게 말이야. 나무를 키울 걸 그랬어.” 하고 웃으셨다. 자영업으로 이 일 저 일 해온 아빠는 무언가 키우는 일을 한 적이 없다. 예전에 조경을 잠시 배운 적이 있다고는 하는데 배우는 걸로만 그쳤다.


아빠가 유일하게 키운 무언가는 오빠와 나 둘뿐이다. 나무는 자라면 돈이 되는데 나는 자라면 돈을 까먹었다. 가끔 뉴스를 보면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드는 돈이 몇 억이라고 하더라. 단순히 돈으로만 셈하면 몇 억, 몇십 억은 나올 테고. 그 안에 들었던 엄마 아빠의 품삯과 마음 씀씀이까지 다 계산하면... 어휴.


‘나무를 키웠어야지.’ 했던 내 말에는 ‘나 말고 나무를 키웠어야지’의 뜻은 없었다. 그런데 이제와 생각해 보니, ‘나 말고’를 덧붙였어야 했나 싶다(아빠가 동의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다 자란 나무가 되었는데도 아직도 속을 썩이고 있다. 언제쯤 철이 들는지.


정말로, 나무를 키웠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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