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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해 Aug 05. 2019

찜통 같은 지하철 속에서 땀범벅이 된 그날

매일 글쓰기 도전 중_이번 주 주제 : 땀

몇 주 전, 온다는 장마는 안 오고 푹푹 찌는 날이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반팔에 얇은 카디건 차림이었다. 여름이지만 긴 팔 카디건은 필수였다. 지하철에 오래 있으면 추웠다. 나야 장거리 출퇴근자라 별 수 없이 지하철에 오래 머물렀다. 목적지 몇 정거장을 앞두고는 정말 추웠다. 여름 감기로 고생하지 않으려고 그날도 카디건을 입고 지하철에 올랐다.


일찍 뜬 해는 지하철을 쨍쨍 비췄다. 비가 온다더니 날만 습하고 해는 뜨거웠다. 오늘따라 해가 더 밝은 건가. 두어 정거장 지나면 점차 쌀쌀한 바람이 느껴져야 했는데 여전히 더웠다. 오늘 습하고 해가 뜨거워 그런가 보다. 그냥 넘겼다.


서너 정거장 더 지났는데도 여전히 더웠다. 여기저기 부채질하는 사람이 늘고, 내 옆에 서 있는 분은 셔츠까지 땀이 흥건했다. 곧이어 안내방송이 나왔다. 에어컨이 고장이란다. 다음 차가 2분 내에 도착하니 뒤차를 이용해 달라는 말까지 이어 나왔다.


일찍 출근하는 편이라 내렸다가 다시 타고 지각이 아닌데. 내가 서 있는 곳은 하필 좌석의 정 가운데. 고개를 돌려봤지만 이쪽 문도, 저쪽 문도 까마득히 멀었다. 이 사람 저 사람 밀쳐가며 입구까지? 내리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으나 도무지 방법이 없었다.


책장을 쥐고 있는 손에도 땀이 묻어나기 시작했다. 이미 얼굴이며 목덜미에는 땀이 흐른 지 오래. 땀으로 샤워하는 느낌이었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인데 더 읽었다간 책에 얼룩이 질 것 같아 책장을 덮었다. 방송에서는 다음 차를 이용해 달라고 목청을 높였지만 출근길 일 분 일 초가 아까운 직장인이 그럴 수야 없었겠지. 모두가 찜질방 속에 있었다. 다른 호선으로 환승하려 지하철을 내렸더니 오히려 바깥이 천국이었다. 


푹푹 찌는 여름날, 찜통 같은 지하철 속에서 땀범벅이 된 그날. 그러면서도 꾸역꾸역 출근했던 그날. 마지막 출근일을 통보받은 오늘은 문득, 그날이 그리워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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