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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해 Aug 07. 2019

이만큼 했으면 됐어, 더는 못하겠다

매일 글쓰기 도전 중_이번 주 주제 : 땀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한 영화 채널에 멈춰 섰다. 두 소년이 바다에서 헤엄을 치는 장면이었다. 한 아이는 형이었고, 다른 아이는 동생이었다. 그러나 형이 동생에 비해 체격도 체력도 한참 부족해 보였다. 둘은 누가 더 멀리 가나 내기를 한 모양이었다. 형은 매번 동생에게 졌다.


그리고 얼마 후, 형제는 다시 내기를 한다. 형의 눈빛이 전과 다르다. 한참을 헤엄쳐 나가는 두 소년. 동생은 자꾸 뒤를 돌아봤다. 뭍은 저 멀리에 있었다. 점점 더 멀어졌다. 형, 더 가면 안돼. 더 가면 위험하다고! 하지만 형은 멈추지 않았고 결국 내기는 형의 승리로 돌아간다. 돌아갈 힘이 없는 형이 익사 사고를 당할 뻔했지만 말이다.


유전공학이 발전한 먼 미래를 그린 SF 영화 《가타카》(Gattaca, 1998)의 한 장면이다. 형의 이름은 빈센트, 동생의 이름은 안톤. 빈센트는 자연수정으로 태어난 아이로, 근시도 있고 선천적으로 심장이 약했다. 안톤은 인공수정으로 안 좋은 유전자를 모두 제거해 태어난 아이로, 빈센트에 비해 모든 것이 월등했다.


빈센트가 익사 사고를 당할 뻔하면서까지 안톤을 이겼던, 이겨냈던 이유. 안톤이 이길 수밖에 없는 조건에서, 빈센트가 이기고야 만 이유를, 빈센트는 이렇게 말한다.


“난 돌아갈 체력을 남겨 놓지 않아. 그래서 널 이긴 거야.”


영화 채널에서 우연히 보게 된 영화이지만 위 대사 때문에 한참을 곱씹어보았다. (에단 호크와 주드 로에게 푹 빠진 것은 덤.) 한때는 스스로를 굉장히 열심히 하는 편이라고 생각했다. 자만한 것일 테지만... 대학교 때 했던 성격검사에서, 쉽게 만족하는 성격이네요? 하고 정곡을 찔리기 전까지는 말이다.


운동할 때도, 스쿼트를 예를 들자면, 스쿼트를 하다 허벅지가 터질 듯이 아플 때 그 순간 하나 더 해내는 게 진짜 운동이라고 하는데. 달리기를 하다가 심장이 배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그때 한번 더 뛰어나가는 게 진짜라고들 하는데. 땀이 노력이라면 난 아직 흘려야 할 땀이 더 많은데. 나는 그 순간 멈춰버리고 만다.


‘에이, 이만큼 했으면 됐어.’ 그런 마음도 있고. ‘아, 더는 못하겠다.’ 그런 마음은 더 크다. 그래도 괜찮을까? 내 인생에 잠시 쉼표를 찍어도 괜찮을까? 조금은, 아니 많이, 철이 없나 보다.





*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가타카 [링크]

두 소년이 수영하는 컷으로 넣고 싶었는데 아쉽다. 왼쪽에 안경 쓴 아이가 빈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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