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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해 Aug 16. 2019

돈도 써본 놈이 쓴다고

으이그, 엄마. 내가 무한이랬잖아

우리 엄마는 손이 크다. 신체의 일부를 말하는 게 아니라 씀씀이를 말하는 것이다. 간단히 먹자고 해놓고 반찬이 여럿 나오기도 하고. 올해 김치는 조금만 담근다고 하시고선 김치냉장고 터지도록 담그고야 만다. 덕분에 우리 집에는 늘 먹을 게 많다. 물론 다 내 살로 저장 중.


손만 큰 게 아니라, 어떤 때는 깜짝 놀랄 정도로 배포가 크다. 한때 식당 사장님이었지만 현재는 그저 일하는 아주머니 중 한 사람인 엄마는, “어디 가서도 꿀릴 거 없어!”라고 말씀하신다. 새로운 환경에 떨어진대도 주눅 들지 않는 건 아무래도 엄마를 닮은 것 같다.


그런 엄마도 소심해질 때가 있다. 내 신용카드를 들고 나갔을 때다. 엊그제 엄마가 이모네 가신다기에, 이모랑 몸보신도 하고 맛있는 것 좀 챙겨드시라고 신용카드를 드렸다. 엄마가 조심스레, 얼마까지 써도 되냐고 물으셨다. “먹고 싶은 것 마음껏 먹어! 무한 무한~” 그렇게 답하고 집을 나섰다.


점심 먹고 한창 근무 중인 시간에 드디어, 띠링 카드 결제 알람이 떴다. 십만몇천 원. 분명 이모네 댁에 친척 언니네 식구들도 와 있다고 들었는데 왜 이렇게 금액이 작지? 거참, 무한으로 먹으라니깐.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면서 꽤 오래전 엄마와 주고받은 대화가 떠올랐다.


“으이그. 돈도 써본 놈이 쓴다고. 좀 비싼 거 좋은 거 사지~”


위 말을 한 사람은, 내가 아니라 엄마다. 학생회 활동 때문에 처음으로 정장을 사던 날에도, 교생 실습 나가며 옷 사러 간 날에도, 졸업식을 앞두고 졸업 선물을 사러 간 날에도. 엄마는 비슷한 말을 했다. 엄마가 어떻게 돈 버는 줄 아는데 사란다고 펑펑 돈을 쓸 순 없었다. 일단 내게 설정된 기본값(default)이 ‘짠순이’이기도 하고.


그리고 이제는 다 큰 내가, 돈을 버는 내가 엄마에게 언젠가 엄마가 한 말을 한다.


“으이그, 엄마. 돈도 써본 놈이 쓴다고. 좀 비싼 거 먹고 오지. 내가 무한이랬잖아.”


엄마가 웃으신다. 딸내미 카드 손 떨려서 쓸 수가 있어야지~ 하시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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