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수록 약속 잡기가 너무 어렵다
우리 이제 언제 보죠?
내 퇴사 소식이 전해지며 감사하게도 몇몇 분들께 밥을 얻어먹고 다녔다. 밥이 안 되면 차를 얻어 마시기도 하고, 오가며 간단히 인사를 주고받기도 했다. 기회 되면 보자고 하는 사람도 있고. 회사로 놀러 오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그런 말을 들으면 그저 웃어넘겼다.
헤어지면 영영 못 만날 수도 있다는 것을 꽤 어린 나이에 알았다. 그런 사실을 미리 알아서 좋을 건 없겠지만, 아무튼 그랬다. 이사를 다닐 때면 시가 바뀐다거나 도가 바뀐다거나, 아주 잠시는 나라가 바뀌기도 했다. 멀리 떨어지다 보니 이제 헤어지면 못 만날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던 것 같다. 지금처럼 인터넷이나 전화로 멀리서도 잘 연결되는 때가 아니라서 그랬던 것일 수도 있겠다.
기술이 발전해서, 하루면 전국 어디든 갈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버튼 몇 번에 목소리도, 얼굴도 볼 수 있는 시대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헤어질 때엔 언제 다시 볼 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헤어지고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이 더 많기도 했고. ‘언제 한번’이라는 인사말에 익숙해진 어른이 되기도 했고.
매일 같은 시간 한 장소에 있는 사이에서 그렇지 않은 사이가 된다는 것은, 우리 이제 언제 보죠? 하고 말하면 그러게요. 이제 언제 보나요. 하고 답하는 그런 일이었다. 서로 잘 알았다. 회사라는 울타리 밖에서는 애쓰고 공들여야 겨우 얼굴 한 번 본다는 것을. 나이 들수록 약속 잡기가 너어어어무 어렵다는 것을.
사람 좋아하는 나라서 그런 것이 참 아쉽다. 점심시간 가까이에, 오늘 점심 뭐 먹을래요? 하는 대화가 아쉽다. 근무하다 잠시, 집중이 너무 안 되는데 잠시 산책이나 다녀옵시다. 하는 말이 아쉽다. 퇴근시간이 다가올 때, 오늘 저녁에 뭐해요? 다른 계획 없으면 밥이나 먹고 갈래요? 하는 일도 아쉽다. 함께 보내는 소소한 시간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