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말은 보류되었습니다

나만의 비판 선별 시스템 만들기

by 담해윤

여러분은 누군가에게 비판을 받아본 적이 있는가? 가장 최근 비판을 받았던 상황을 떠올려보자. 당황스러워서 머릿속이 하얘지고 분노 혹은 부끄러움에 얼굴은 잘 익은 토마토처럼 변해버렸을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을 맞닥뜨리는 것은 마냥 반갑지는 않지만, 비판 속에 담긴 양분을 잘 사용한다면 성장의 발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성장의 양분 같은 비판이 있는가 하면, 재활용도 안 되는 비판의 탈을 쓴 비난도 있다. 전자는 나무를 자라게 하지만 후자는 토양을 황폐화한다. 사회에서 만나게 되는 비판과 비난을 어떻게 구분하고 처리해야 할까? 우리는 수용, 혹은 거부라는 두 가지 방법을 통해 비판을 선별하고 처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인정하는 것이다. 비판을 받을 때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공격’ 받았다고 느끼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분노, 부끄러움, 당황스러움 등의 감정이 올라오게 되는데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므로 이를 인정해 주자. 이것만으로도 즉각적인 감정적 대응을 예방할 수 있다.


내 안의 감정 폭풍을 잠재웠다면 다음은 이성 버튼을 활성화해야 할 차례다. 비판과 비난을 선별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상대의 비판에 ‘왜?’라고 구체적인 이유를 물어보면 된다. 성장을 위한 비판은 상대방이 나를 오랜 시간 지켜보고 신중하게,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꺼낼 가능성이 높다. 반면, 악의를 가진 비난은 마땅한 이유가 없다.


예를 들어 상대로부터 ‘너는 사회성이 부족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떤 부분에서 사회성이 부족하다고 느끼셨나요?’라고 물어보면 당황하거나 말도 안 되는 궤변을 늘어놓을 것이다. 왜냐하면 상대의 의도는 내가 어떻게 나아졌으면 해서 말을 꺼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자신의 기분에 따라 움직인 것이거나, 나를 자기 입맛대로 조종하기 위한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여러분의 판단 이후, 성장을 위한 비판은 감사히 받아들이고 그렇지 못한 비난은 쓰레기통에 넣어버리면 된다.


예전에 어떤 지인을 만났을 때 ‘너 그런 말을 할 때마다 로봇 같아.’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당시에는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객관적으로 그 문제에 대해 파악하기 위해 ‘어떤 부분에서 그렇게 느꼈어?’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지인은 ‘그건 너 스스로 생각해 봐야지.’라고 대답을 했다.


나는 그 답변을 듣자마자 상대가 한 말이 비난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만약 상대가 한 말이 내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했으면 해서 한 말이었다면 그것에 대한 납득 가능한 이유를 설명해 줬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유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도 못하고, 자신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을 나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이 선량한 의도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비판 선별 시스템은 나를 성장시킬 뿐만 아니라 나를 지키는 데도 필요하다. 내가 이러한 시스템이 없었다면 상대방의 ‘너 스스로 생각해 봐야지.’라는 대답에 밤새 고민하고, 이후 사람들을 만날 때도 내가 로봇 같지는 않은지 눈치를 봤을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이유를 물어봄으로써 비판과 비난을 구분했다. 또한 그 사람의 의도를 파악한 후 그것을 보류하게 된 것이다.


이런 시스템을 갖춘 사람에게 함부로 비난하기란 쉽지 않다. 본인의 성장을 위해 비판에 대한 이유를 물어보면서도, 동시에 자신의 선을 지키려는 사람에겐 말을 내뱉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여러분들도 좋은 비판은 안으로 들이고, 그렇지 못한 비난은 걸러내는 것은 어떤가? 스스로의 관리자가 되어 비판 선별 시스템을 주체적으로 운영해 보자.


참고로, 지인의 마지막 말에 나는 이렇게 답했다. ‘본인이 문제를 제기하고 그 의도를 나한테 설명하라고 하는 건 무책임하게 들리네.’라고 말이다. 나는 그 말이 나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선별하고 ‘보류’시켰다. 여러분의 시스템도 그렇게 작동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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