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을 잡는 사랑
도어록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면
나는 숨을 죽인 채, 소리에만 집중한다.
익숙한 발소리가 내 방 문 앞을 지나
거실로 사라질 때까지,
무의식적으로 숨을 참는다.
엄마와 나 사이의 갈등은
이미 오래전부터 한계에 다다라 있었다.
그 당시의 엄마는, 내게 무기력 그 자체였다.
기운 없는 말투, 축 처진 어깨, 끝없는 한숨.
나는 그 안에서 계속해서 탈출을 시도했다.
깊은 바다에서 허우적대며 수면 위로 올라가려 할 때,
발목을 잡아당기는 감각.
진흙탕 속에 빠져 나 혼자 빠져나오려 할수록,
더 깊이 잠기는 기분.
그게 엄마와 함께 있는 집이었다.
엄마는 자기만의 고통에 잠겨 있었고,
나는 살아남기 위해 탈출을 꿈꿨다.
하지만 그 갈등이 정점을 찍던 어느 시점,
나는 결국 무너졌다.
심리적으로 완전히 부서졌고
눈뜨고 일어나 씻고 밥을 먹는
그 단순한 일상조차
더 이상 해낼 수 없게 되었다.
2023년 말부터 시작된 나의 트라우마는
2025년 봄까지 매달 죽지도 않고 찾아와 나를 괴롭혔다.
엄마와의 충돌은
내 마지막 버팀목마저 흔들어버렸다.
정신을 놓아버릴 것만 같았다.
나는 도망치듯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울먹이던 그 순간이 지금도 생생하다.
마치 숨 막히는 물속에서 간신히 고개를 내민 느낌이었다.
한 통의 전화로 세상이 확 달라지진 않았지만,
분명, 내 안의 숨통 하나가 열렸다.
복지센터 선생님은 조심스레 병원 치료를 권했고,
나는 살고 싶어서, 할 수 있는 건 전부 하고 싶었다.
결국, 전국민마음투자지원사업을 통해 심리상담을 시작했다.
혼자서는 넘지 못했던 큰 산을,
그렇게 한 발짝 넘어서게 되었다.
예약 전화 하나조차 버거웠던 내가,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마음을 꺼낸 날.
그날 나는 무너지는 대신, 처음으로 무언가를 붙잡았다.
그건, 무기력의 늪에서 나를 끌어올린 첫 번째 구명조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