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달리기를 해야만 합니다.

나의 리듬을 찾고 싶다면

by 다미




아이 겨울방학이 시작되면, 나의 아침은 세 개의 도시락으로 열립니다.
하나는 남편에게, 둘은 아이에게. 아침과 점심을 한 번에 준비해야 하니 손이 바빠지고, 그만큼 내 시간은 얇아집니다.



나는 아침에 혼자 노는 사람입니다.
새벽 공기 속에서 책을 읽고, 글감을 떠올리고, 가끔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나’로 존재하는 시간이 좋았습니다.그런데 방학이 되자 그 시간이 줄었습니다. 사소한 변화인데, 은근히 아쉽습니다.



요즘은 아침마다 시간이 모자랍니다.
서두르는 게 일상이 되니, 그 ‘급함’이 결국 나를 마르게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달리기를 빼보기로 했습니다.


운동을 굳이 매일 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근육도 쉬어야 한다고들 하니, 오늘 하루쯤은 괜찮겠지 싶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괜찮지 않았습니다.



월요일이 싫은 건 대한민국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라 치더라도, 오늘 출근길은 유난히 재미가 없었습니다.


회사에 도착해 컴퓨터를 켜는 순간부터, 마음 한쪽 구석이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다른 월요일들과 달랐습니다.


오전 내내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집중이 되지 않았고, 자꾸만 밖으로 나가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시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한겨울의 눈보라 앞에서 그 작은 탈출은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사무실 의자가 족쇄처럼 느껴졌습니다.


빨리 점심이나 먹으러 가야겠다고, 그저 자리에서 일어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평소 같으면 퇴근하고 글을 쓸 생각에 설레고, 일하는 시간도 그 설렘을 버팀목 삼아 지나갔을 텐데, 오늘은 그러지 못했습니다.


집에 가서 저녁을 먹고 침대에 널브러져 넷플릭스나 보고 싶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습니다.
나라는 사람이 느슨하게 풀려버리는 예감이었습니다.






예전에도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언젠가 다른 아침 루틴을 끼워 넣고 싶다면, 일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는 운동을 쉬어야겠다고.


하지만 오늘은 그 ‘쉬는 날’이 생각보다 쉽게 허물어지는 날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온몸으로 깨달았습니다.

아침 달리기는 내게 단순한 운동이 아니었습니다.


나는 2023년부터 아침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아침에 숲길을 가볍게 뛰기도 하고, 걷기도 하면서 오늘 하루를 머릿속에 그립니다.
나무 사이를 천천히 지나가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생각들이 마구마구 떠오릅니다.


‘이건 언제 해야겠다.’
‘적어놔야겠다.’
‘주말에 해야겠군.’


생각들과 놀다 보면 어느새 2km는 금방 지나갑니다.

그 짧은 거리가 내 하루를 바꿉니다.


달리기를 한 날의 나는, 하루를 끌려가듯 시작하지 않습니다.
내가 먼저 시간을 열고, 내가 먼저 나를 세웁니다.
주도적으로 시간을 관리하게 되고, 그 작은 성취감이 자존감을 밀어 올립니다.

“나는 나를 돌볼 수 있다”는 감각을, 아주 현실적으로 경험합니다.

그래서 오늘처럼 달리지 않은 날에 나는 알게 됩니다.
내가 잃어버린 건 운동이 아니라, 하루를 여는 방식이었다는 것을.

아침 달리기는 내게 체력을 기르는 일이 아니라, 마음의 흐름을 정돈하는 일이었습니다.
몸과 마음뿐 아니라 일상의 방향까지 다잡는, 나만의 의식이었습니다.


이렇게 분명한데, 앞으로도 아침 달리기를 안 할 이유가 있을까요.

내일은 완벽하게 달릴 생각이 아닙니다.
그저 내 리듬을 다시 꺼내고 싶습니다.


느린 달리기여도 좋고, 걷기여도 좋습니다.
다만 다시, 내가 나를 여는 아침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완벽 말고 기록.
A day documen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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