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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미안 Apr 30. 2020

쌍둥이 형의 결혼을 축하하며

쌍둥이 형의 결혼 날, 아무도 부탁하지 않은 축전을 씁니다. 결혼 날짜가 정해진 이후부터 줄곧 마음먹은 일입니다. 어쩌면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축하 속에서 결혼식을 올렸던 4년 전 이미 정해진 일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유난히 맑고 청명했던 봄날이었습니다. 급하게 만든 웨딩카를 타고 한강 다리를 건너면서 저는 생각했습니다. 나중에 형이 결혼하게 되면 꼭 제대로 된 축하를 해주자고요. 아마 그날 새삼스레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말로만 듣던 결혼이라는 것이, 오랜 시간 만나왔던 연인이 마침내 부부가 되는 일이 얼마나 특별한 일인지를 말입니다. 그런 점에서 신랑 신부에게 전해지는 진심 어린 축하는 부부가 앞으로 걸어갈 흐릿한 날들을 또렷하게 비추어 주는 등불과도 같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저는 방안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전구 불빛 같은 축하를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밝고 화려하지는 않아도 포근한 축하를 건네고 싶습니다. 제가 만약 노래를 했다면 축가를 불렀겠지만, 아쉽게도 저는 조금씩 글을 쓸 뿐입니다. 그래서 오늘 결혼식을 앞두고 있는 그를 위해서, 어색하고 낯간지러울 걸 알면서도 조심스레 축하의 글을 적습니다.

쌍둥이란 직접 되어 보지 않고는 설명할 수 없는, 조금 복잡한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분명 가족이지만 단순히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 가둬 둘 수 없이 미묘합니다.  실제로 그는 제 곁에서 가족으로만 머물렀던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우선, 그는 제가 뭔가를 떠넘길 때 자주 하던 "니가 형이잖아"라는 말을 빼고는 제대로 된 형 소리 한번 듣지 못했음에도 든든한 형이었습니다. 함께 군대에 입대한 첫날, 왠지 모르게 서러워 생활관 끄트머리에 앉아 애처럼 눈물을 뚝뚝 흘리던 제 등을 말없이 두드려 주던 사람이었습니다. 또, 가장 편한 친구였습니다. 대부분의 형제들이 말하는 친구 같은 사이가 아니라 실제로 친구였습니다. 친구의 정의가 곁에 두고 오래 사귄 벗이라면, 그는 거기서 단 1센티도 벗어나지 않는 사람입니다. 제가 기억할 수 있는 가장 오랜 순간부터 우리는 함께 있었으니까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같이 학교생활을 했고, 그 시절 우리가 함께 놀던 친구들도 같았습니다. 당연히 같은 추억을 공유합니다. 비록 대학은 따로 갔지만, 지금은 같은 위치, 크기만 다른 쌍둥이 빌딩에 입주한 형제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자주 만나 놀지도 않고 만날 때마다 인사도 생략하지만 아직도 심심하거나 별안간 생각나는 이야기를 자주 나누곤 합니다.


생각해 보니 이전에도 제가 그에게 진심 어린 축하를 건넸던 적이 꼭 한 번 있었습니다. 그가 지원했던 대학교의 수시 합격자 발표날이었습니다. 학원에는 이미 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는 학생들로 붐볐고, 저희도 그중 한 무리였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스마트폰 이라고는 없던 때라 결과를 확인하려면 컴퓨터가 필요했습니다. 학원에 있던 딱 한 대의 컴퓨터는 합격 자리만큼이나 부족했기에 차례차례 순서를 기다려 합격 여부를 확인해야만 했습니다. 가장 앞쪽부터 간절한 사람 순으로 줄이 세워졌습니다. 저희는 제일 먼저 이름과 수험번호를 입력했습니다. 결과는 합격이었습니다. 펄쩍 뛸 듯이 기뻐서, 마치 종료 1초 전 버저비터를 넣은 농구선수라도 된 양 부둥켜안으며 마음껏 기뻐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전에도, 이후에도 그를 안아본건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정말 축하한다는 말을 소리 내어 꺼내 놓진 않았지만 그때는 어렸기 때문에 함께 몸으로 기뻐하는 그런 방식의 축하야 말로 최고의 축하 법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제가 한창 추억을 떠올리고 있는 이 시간, 아마도 형은 잠을 설치고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내일 결혼식 날씨는 어떨지, 사람들은 몇이나 올지, 혹시 너무 긴장해서 실수를 하면 어떡하지와 같은 일어나지 않을 일들에 대한 염려를 시작으로 신부와 둘이서 만들어 나갈 결혼 생활에 대한 기분 좋은 상상을 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저는 그 답을 알고 있습니다. 걱정했던 일은 걱정으로만 끝날 것이며, 앞으로는 지금의 제가 그렇듯이 함께 잠을 자고, 밥을 먹고 평범한 하루하루를 공유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이 지나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깨닫게 되겠지요. 결혼을 했다는 것 만으로 그 평범한 일들이 얼마나 새롭고 특별해질 수 있는지를 말입니다.

축하하는 마음에도 순위를 매길 수 있다면, 한 톨의 아쉬움이나 질투 따위 첨가되지 않은 순도 100%에 가까운 축하가 있다면 그것이 오늘의 제 마음과 가장 가까울 것입니다. 그러니 축하 외에 다른 말은, 4년 전 먼저 결혼하여 지금껏 잘 살고 있는 인생 선배로서의 조언이나 충고는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저처럼 신랑과 신부가 대학시절부터 지금까지 만나온 모습을 곁에서 지켜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같은 생각일 것입니다. 저는 그저 두 사람이 매일매일의 평범한 일상을 충분히 즐기며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낭만적인 연애가 끝이 난 뒤에도 계속해서 이어지는, 둘 사이에 놓여진 소중한 것들이 있음을 부디 놓치지 않고 알아챘으면 합니다.

결혼을 축하하는 저의 진심이 전해지길 바라면서도 그것이 그저 "결혼 정말 축하한다"라는 짧은 말로 요약되지 않기를 바라며 이 글을 썼습니다.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그리고 서로를 서로에게 잘 부탁합니다. 부디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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