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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미안 Mar 03. 2022

사랑니

 사랑니 옆에 물주머니, 혹이 생겨 유현이는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어제저녁 열두 시부터 금식을 하고, 아침 일곱 시 재이가 일어나기 전에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병원으로 향했다.

 전신 마취를 하고 수술을 마친 유현이가 회복을 하고 집에 돌아온 시간은 저녁 다섯 시 무렵. 말벌에 볼이 쏘여 퉁퉁부은 시골 개의 얼굴을 한 유현이가 몸을 추스를 새도 없이 재이에게 밥을 먹이고, 얼굴을 물수건으로 정성스레 닦는다. 삼켜야 한다는 피를 구역질이 나 삼키지 못하는 유현이, 목과 코가 아파 죽겠다고 힘들다고 말하면서도 재이에게 노래를 불러준다. 쓱쓱 싹싹 이를 닦자는 노래였던가. 유현이가 피가 섞여 토마토 주스처럼 보이는 침을 계속해서 뱉는다. 유현이의 머리를 짚으니 뜨끈뜨끈하다. 사랑에는 정말 끝이 없구나. 나는 앞으로도 너를 한참이나 더 사랑하는 수밖에 없겠구나. 더 생각하면 눈물이 조금 흐를 것 같아 그런 생각을 스치듯 잠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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