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벤치에 앉아 주말도 공휴일도 아닌 날의 풍경을 바라본다. 나는 모처럼 쉬는 날, 평소에는 놓쳐버린 일상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는 일을 좋아한다. 이런 날엔 별생각 없이 지나치던 풍경도 어쩐지 다르게 보인다. 오늘은 산책 나온 엄마와 아이가 눈에 들었다. 걸음마 연습을 하는 걸까.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는 앞장서서 걷는다. 넘어질 듯 넘어지지 않는 그 모습이 위태롭게 귀엽다. 내딛는 걸음마다 뾱뽁 거린다. 리듬 없이 울리는 소리. 나는 평소와 다르게 성가셔하지 않는다. 일찍이 잃어버렸던, 그 정도의 여유가 오늘의 내게는 있다.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엄마가 뒤를 따른다. 혼자서 걷는 아이를 방해하고 싶지 않은 마음과 혹여나 넘어질까 걱정되는 마음이 동시에 담긴 그 거리가 미묘하다. 나는 그 간격의 단위를 '걸음마를 지켜보는 엄마의 마음'이라고 이름 붙이고 싶어 졌다. 문득, 조금 차게 느껴지는 바람 속 조용히 찍히는 모자의 발자국에 손을 대보고 싶어 졌다. 여름은 벌써 물러갔지만 그 흔적이 아직 발 밑에는 햇살처럼 남았을 것이다.
이제 막 걷게 된 아이의 눈에는 세상이 신기하다. 고개도 손도 가만히 두지 못한다. 아이의 시야는 어른보다 15도 정도 좁다는 이야기를 나는 분명 알고 있는데, 아이의 눈에 보이는 세상이 넓다. 반대로 엄마의 시선은 아장대는 아이의 등에만 점처럼 머문다. 그 풍경을 한참 바라보다가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서 나는 그 여유로움 뒤의 이야기를, 아이를 키우는 일에 대해 굳이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 세상에는 그저 때가 되면 자연스레 알게 되는 이야기가 있다. 나는 그 아이가 언젠가 뛰게 되고, 두 발 자전거를 타게 되는 날을 상상하며 아이가 걷던 길을 지나 자리를 뜬다. 아무래도 오늘은 나도 좀 걸어야겠다. 별생각 없이, 그냥 쉬는 날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