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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미안 May 08. 2022

산책길의 단상

 엄마와 재이, 유현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산책길. 우리는 불어오는 바람을 그대로 느끼며 찬찬히 걸었다. 바람에도 그림자가 있다면, 바람이 우릴 타고 지나간 자리에 남게 되는 우리와  닮은 모양의 흔적이 아닐까 상상하면서.


 구름과 강물을 제외한 주변의 많은 것들  우리는 가장 느리게 움직이는  들이었다. 가장 무거운 밀도의 시간을 공유하는.

그 느리고 무거운 시간 속에서 나는 한껏 민감해지고 말아, 마치 커피 한 잔에서 베리와 고구마, 레몬과 캐러멜의 노트를 읽어내는 바리스타처럼 내 주변 모든 것들에서 그들만의 정취를 감각했다.


 엄마는 ‘ 나무 정말 예쁘지라고 말하는 대신 ‘ 조팝나무 정말 예쁘지 말했다. 엄마의 표현에 의하면  튀밥 같은 것들이 잔뜩 묻은 하얀 나무의 이름을 정확히 불러주었다. 철학에는 어떤 것들이 이름을 얻기 전까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사상이 있다던데, 나는 바로  순간 내가 영원히  나무의 이름을 기억할 것이란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나무 이름 옆에는 오늘 우리 가족이 함께 나란히 발을 맞춰 걸었고 그것  좋았더라는 짧은 소감이 함께 자랑처럼 적혀 자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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