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출산일이 다가오니 자꾸 꿈을 꾼다. 내용이 정리되지 않은, 정말 꿈같은 꿈이다.
꿈속에서 아내는 아주 쉽게, 내가 잠깐 잠이 든 사이 혼자 병원에 가서 아이를 낳아오고, 그렇게 태어난 아이는 나를 많이 닮았다. 그리고 아이는 5분도 채 안 되는 시간에도 빠르게 자라 어느새 걷고 또박또박 말을 한다. 어젯밤 꿈에서는 태어나자마자 꼬마가 된 행복이가 내 무릎에 앉아 차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간판의 글자를 읽었고 아빠의 비전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나는 이 정도의 신체적 정신적 성장 속도라면 행복이는 분명 천재인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간밤에 꾼 꿈 이야기를 하면 아내는 그건 오빠가 그렇게 바라고 있어서 꿈에 나온 거라고 별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아무래도 아내에게 꿈이란, 무의식의 발현이고 평소의 생각이 반영된 결과인가 보다. 하지만 논리적이지 못한 꿈이라도 자꾸 반복되면 무슨 의미라도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조상님이 나온 꿈을 꾸고 복권에 당첨되는 것처럼 어떤 계시 같은 것은 아닐까 하고. 그러니까 내게 꿈이란, 미신 같긴 해도 앞으로 일어날 일을 미리 보여주는 예언이다. 그리고 나는 정말 앞으로의 일이 모두 꿈처럼 되었으면 좋겠다. 아내가 쉽게 순산하고, 아기는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랐으면 싶다. 그런 좋은 내용이라면 그것이 아무리 비현실적인 개꿈이라도 자꾸만 믿고 싶어 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