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를 행복하게 하는 건 참 쉬워.
정말 기가 막히게 맞는 말이라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아닌 게 아니라, 내가 발견한 행복의 공식은 참으로 단순해서 별거 아닌 평범한 하루의 조각들을 모아 쉽게 완성할 수 있다. 유현의 말을 다시 빌리자면, 일단 카페로 데려가면 끝이다.
오늘 내가 찾은 행복은 한 시간 짜리였다.
간밤에 푹 자고 일어나 동네 카페로 향했다. 키키 앤 로지, 햇볕이 내리쬐는 비탈길 옆 반지하에 위치한 작은 곳이었다. 커피도 커피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공간이다. 문을 열고 몇 계단 내려가니 우드톤의 바닥에 하얗고 단정한 테이블이 반긴다. 유현에게서 프랑스 출신 디자이너 마랑 몽타구의 얘기를 들어서였을까—그는 초록색을 사랑해 최대한 다양한 초록을 쓴다고 했다—군데군데 눈에 띄는 식물의 진짜 초록과 페인트로 합성된 가짜 초록이 마음에 들었다.
디카페인 말고 진짜 커피를 한잔 마시고 중요하지 않아서 중요해진 얘기를 아내와 나누었다. 머무는 내내 몸도 마음도, 들이닥치는 햇살만큼이나 쨍하게 깨어있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마치 바다 같다고 잠시 생각했다. 실제로 보인건 아까 주차해놓은 그래비티 블루 컬러의 우리 차였지만, 어찌 된 일인지 내 눈엔 영락없는 바다로만 보였다.
나는 곧이어 두둥실 떠오르는 기분에 휩싸였다. 이 기분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행복이 사방팔방 온몸으로 마구 밀려오는 느낌.
나는 피할 길 없이 행복해지고 만다.
유현아. 우리가 행복하지 않으면 행복을 나눠줄 수 없는 것 같아. 그러니까 내 말은, 재이에게 말이야.
훌륭했던 커피와 달리 함께 먹은 샌드위치는 올해 먹은 음식 중 최악이었지만, 견고히 쌓아 올린 행복은 작은 불행에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시들어 빠진 양상추가 든 종잇장처럼 얇은 샌드위치로는 오늘 우리 기분을 망치지 못한다.
내 행복은 쉽고 간단하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 재현해 낼 수 있는, 어려울 것 하나 없는 행복일 텐데, 그게 그렇게 어려워 나는 매일을 노력하며 깨어있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