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라도 인정해야겠다. 더는 생일이 설레지 않다고 했던 몇 해 전 나의 말은 완전한 거짓말이다.
오늘 아침 눈 떠지자마자 왜 이리 마음이 설레던지, 운동회를 앞둔 초등학생처럼 마음이 들떠 가만히 있기 힘들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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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부러워할 특별한 계획이 있던 것은 아니다.
나는 친구들을 거의 보지 않는다. 피할 수 없는 회식을 제외한 보통의 저녁 약속도 대부분 끊었다. 년에 한 번 꼭 가던 해외여행은 마음의 사치가 되어 당분간 가지 못한다. 주말 내 무얼 하냐는 질문에 그냥 별일 없이 집에서 보낸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는, 누구든 보면 심심하다 할 그런 삶을 살고 있다.
대신 —한강의 표현을 빌리자면— 사랑하는 가족과 웃음과 농담을 나누는 하루하루를 좋아한다. 유현이와 나란히 앉아 대단할 것 없는 밥을 먹는 다정한 저녁을 좋아한다. 재이와 눈을 맞추며 맞이하는 침대 위 느긋한 아침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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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이라고 뭐 그리 다를 일 있을까.
거실로 나가니, 티비장 한편 아주 예쁜 꽃과 편지가 나를 반긴다. 어제저녁내 같이 있었는데 언제 어떻게 준비해 놓은 걸까. 나는 놀라기보단 맘껏 즐거워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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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평소 자주 가지 않던 조금 먼 곳으로 나들이를 다녀왔다. 돈가스를 먹고 커피를 마시고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사진을 찍었다. 우리 셋이 함께 걸었다. 옛 생각을 조금 했지만 더는 슬프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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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는 행복에 대해 조금 안다고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