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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터담 Jan 05. 2019

8. 동백 같은 사람이 되려 해

거창한 새해 소망까진 아니지만,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됐다. 이제 막 익숙해진 나이를 1살 어린 사람들에게 물려주고, 새로운 나이를 선물 받았다. 한참 연예/연기대상이 진행되는 무렵부터 지나간 일 년을 돌이켜보며 그 시간과 키워드를 정리하고, 새롭게 주어진 '26살'이란 나이를 어떻게 꾸려 나갈지 열심히 고민했다. 그리고 그런 와중에 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만났다.



가장 늦은 시기에 피는 '지각생' 꽃, 동백


동백은 1년 중 가장 뒤늦은 계절인 겨울에 피어난다. 대다수 꽃이 봄에 피어나고, 그보다 늦으면 여름, 정말 많이 양보하면 가을엔 그 아름다움을 모두 선보이다 마무리를 짓는데, 동백은 모두가 조용해진 그제야 꽃을 피운다. 내로라하는 아름다운 꽃들이 모두 다 졌을 때, 자신만의 색을 펼친다.


동백을 보니 '가장 늦게 피는 꽃'이란 생각에 안쓰러움이 느껴졌다. 사계절이 지나갈 동안 주위에서 아름다움을 마음껏 뽐내고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꽃들을 지켜보면서 혹 마음이 조급하진 않았을까, 사랑과 관심이 부럽진 않았을까. 겨우겨우 꽃을 피워냈는데 차디찬 겨울이라 외롭고 서운하진 않았을까하는 생각까지.


나에게도 동백같이 늦은 시기가 있었다. 2004년, 발레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11살이란 말도 안 되는 어린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학원에서 난 '늦깎이' 학생이었다. 또래 친구들은 5-6살부터 발레를 시작했다고 했다. (엄마 손에 이끌려 왔겠지만, 어찌 됐든) 이미 그 경력이 그들 인생의 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었고 대회에 참여한 경험도 여러 차례였다. 내가 마치 '지각생'이 되어버린 듯한 느낌을 받았다.


중학생이 되었을 때 공부에 집중하겠단 선택을 내리며 앞으로의 삶은 '지각생'으로 살아가지 않겠단 다짐을 했다. 달리는 속도가 빼어나게 차이 날 수 없다면, 1초라도 스타트를 빨리 끊어야겠다고 생각했고 빨리 진로를 선택해 그 분야의 커리어를 쌓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알찬 대학생활을 보냈고 휴학도 하지 않았고, 졸업도 미루지 않았다. 마치 목련처럼 어떤 꽃보다 빠르고 큰 꽃을 피우는 것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내 마음을 알아차리고 말하고 싶은게 있었는지, 하얀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을 보며 내가 동백에 대해 큰 오해를 하고 있었단 것을 깨달았다.


동백은 늦게 핀 것이 아니라, '가장 아름다운 시기'를 기다렸던 것이었다. 주변이 하얗게 물들자 동백의 붉은빛은 더 매력적으로 빛났고 그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내 눈에 비친 장면 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동백꽃이었다.


동백꽃은 많은 꽃이 서로 뽐내는 봄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색이 가장 매력적일 수 있는 계절인 겨울을 선택했다. 꽃을 피워내기 다소 어렵더라도 세상이 하얗고 조용히 물들었을 때 동백은 아름답게 등장했다.



아름답고 강한 꽃이어라,


무엇보다 감동적인 동백의 이야기는, 동백은 세 번 핀다고 한다.


나무에서 한 번 피고,

에 떨어져 한 번 피어나고,

그런 아름다운 동백꽃을 본 사람의 마음속에서

마지막 한 번.


동백이 꽃을 피우는 시기만을 중요하게 생각했다면 동백의 두 번째 순간, 세 번째 순간은 없었을 것이다. 꽃 피는 속도만을 중요하게 생각했다면 피고 나서 이후의 삶은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고 아름다운 순간은 단 한 번이었을 것이다.


빠른 꽃, 화려한 꽃이 아니라 동백처럼 내가 가진 힘을 믿고, 내 시기를 차분히 준비하며 강해지고 싶다.그래서 겨울이 와 시리고 뾰족한 살얼음을 품더라도 꿋꿋이 꽃을 지켜내는 강한 힘있는 사람이고 싶다.


제주에서 만난 가장 아름다운 꽃


동백처럼 급하지 않게 차분히 내가 빛날 시기를 기다릴 줄 알았으면.

그래서 여러 번 감동을 줄 수 있는 그런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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