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약한 발꿈치

이어지지 못한 붉은 선

by 글짓말

요즘. 실상 세상의 모든 감정에 관해 신경 쓰지 않았었다. 투박하고 낯선 손을 경계하는 짐승처럼. 내 주변 모든 것에 이빨을 세우며 지냈다. 그러다 문득 오답 처리된 이 시험지를 보았다. 이 오답처리를 보면서 내가 놓지는 말아야 하는 그 어떤 것에 대한 막연한 기준. 그리고 연약한 발꿈치를 생각했다.


발꿈치는 단단해져야 발꿈치의 역할을 한다.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지하철 속의 어느 순간에서 마주한 갓난아이의 발꿈치. 그 발꿈치는 연약했다. 여타 어느 부위와 동일한 부드러움을 가진 그 발꿈치. 디딛는 괴로움을 모르는 발꿈치는 그래서 애잔했다. 그 애잔함이 잊혀지는 순간 발꿈치는 단단해졌다 말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 단단해지기까지의 시행과 착오는 발꿈치가 단단한 우리 모두에게도 아직 존재한다고. 이어지지 못한 붉은 선을 가진 이 아이와 그 갓난이에게 말하고 싶었다.


단단해지는 과정이 있을 뿐이지 옳다 그르다는 없는 것. 틀렸다고 표시된 시험지를 들고 온 아이에게 설득력 있는 말을 할 수 있는 어른이 되는 것. 그것을 놓쳐서는 안 되겠구나 하는 그런 생각이 났다. 저런 답을 시험지에 쓰는 자식의 부모가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고로 입술을 다물어 이빨을 가려야 한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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