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게 서있기

라고 마음먹었던 내가 어땠었는지

by 글짓말

코드블루가 울렸던 어느 깊은 밤. 나도 잘 모른다는 변명으로 둘러대며 잠깐의 소란으로 선잠이 깨버린 환자를 재우던 때에 비하면. 여기 이 곳. 집은 고요하고 평안하니 좋다고 볼 수 있다. 갑작스럽게 병원에 첫 발을 들이게 된 중환자들은 그 마음에 집에 가고픈 소망을 간절히 품는다.


잘 시간이다. 염려와 근심의 눈빛을 숨긴 간단한 컨디션 확인을 한다. 아파트 주차자리를 되새긴다. 주변 병원 응급실 상황도 확인한다. 이것을 끝내는 것이 나의 잠잘 준비. 병원별 응급실 상황판을 보다보면 저 응급실에는 왜 저리도 사람이 많은 건지. 거기선 또 누군가가 무슨 일을 어떻게 겪는지. 그 누군가가 거기서는 어찌 될 것인지. 등등의 상상을 하기도 한다.


사실. 응급실은 삶과 그 반대의 경계다. '그 반대'를 어둠이라 달리 부를 정도로 나는 과민하다. 그래서 그곳에 발을 들여야만 하는 일은 좋은 일이 아니다. 또 그래서 제 발로 그곳을 걸어나가는 것이 기쁨이다. 추스려 정리해보면 응급실에서는 푸대접 받는게 좋은거다.


어떤 일에도 당황하지 않기로 마음먹고서. 냉정하게 보일지라도, 감정이 최선의 판단을 가로막지 않도록. 만사 피곤하다 못한 지리멸렬을 안고서 자러간다. 눈을 감았다 뜨면 어제는 없다. 어제보다 비싼 오늘. 오늘보다 더 비싼 내일. 그렇게 비싼 것들로 꾸려지는데 나는 지불능력이 바닥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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