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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말 Oct 14. 2017

소선 대악 대선 비정(14)

사람의 일을 예측할 수 있다면 얼마나 많은 후회가 사라질 수 있을까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생각했지만 후회라는 것은 욕심과 완벽이 존재하는 한 사라지지 않는 것임을 느꼈습니다. 과거의 후회는 과거에 일어난 일이고, 과거는 과거의 존재가 선택한 최선으로 흘러가는 것임을 물론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과거로 돌아간다고 한들 후회가 없으리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사람은 고약한 존재입니다. 잘해준 것은 잊어버리고 못해준 것만 떠올리며 스스로를 괴롭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후회라는 것은 어쩌면 더 나은 존재가 되어야 누릴 수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하나의 큰 일을 겪으면서 나름의 성장을 하긴 했나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당신인데 자꾸만 아쉬움과 후회의 결정체로 변이 하는 것은 아닌지 곱씹어 보기도 합니다. 허나 다시 보아도 저는 잘 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문득 아련하게 예전 생각이 납니다. 병원에 있는 시간이 당시에는 좋은 시간은 아니었지만, 참으로 시간이 많이도 흐른 것인지 그 시간이 그리워지는 꼴이 우습습니다. 차마 잠을 이루지 못했던 병원과 환자복을 입은 당신의 모습이 점점 익숙해졌고, 낯선 간호사와 의사들이 점점 낯익어가는 모습, 수많은 환자들과 보호자들이 모여서 빚어내는 작은 사회의 촌극을 멀리하던 기억도 납니다.


 그렇게 멀리하던 촌극과 병원의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어느새 허락된 시간이 많이도 소모되었음을 체감했습니다. 어떤 것이 맞는 일인지, 맞고 틀림의 판단 기준은 무엇인지, 그 기준의 주체는 누구인지 반복해서 생각했습니다. 그에 대한 정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저는 보호자의 욕심을 가리지 못한 채 내 고집만을 내세운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후회합니다. 이랬으면 어땠을까 저랬다면 또 어땠을까 돌이킬 수도 없는 과거만 헤집고 다니면서 말입니다.




어느덧 일 년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시간은 빨라서 무심하고, 무심하기에 빠릅니다. 명절이 있어서인지 추모객들이 놓고 간 많은 꽃들이 놓여 있었습니다. 그 꽃과 함께 쓰여진 무수한 안타까움과 그리움이 애잔했습니다. 닿을 수 없는 말을 전할 수가 없어서, 그 자리에 놓고 돌아가는 발걸음은 얼마나 무거울 것이며. 닿을 수 없음을 알고 있음에도 한 마디 전하고 싶은 욕심은 어떠하며. 만날 수 없음에도 찾아오고, 만나지 못해 다시 되돌아가는 길은 얼마나 멀지 생각했습니다.


그 수많은 부질없는 표현들이 내 욕심과 많이도 닮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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