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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말 Apr 05. 2016

가장 이상적인 바람

현실이 담긴 해답

이상, 상상은 그 자체로 한계선을 그을 수 없다. 그것은 억압받아야 할 이유도 없다. 꿈조차 크게 품지 못하는 것이 내포하는 현실의 지리멸렬함. 그것처럼 고달프고도 안쓰러운 것도 드물다. 소설 중국인 거리에 나오는 치옥이는 '나는 미용사가 될 거야'라고 말한다. 치옥이는 어린이다. 꿈을 크게 꾸어야 하는 어린이.


하긴 요즘 고등학생 꿈이 공무원 이라더만.




가장 이상적인 휴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 질문을 받아 들었을 때. 나는 내가 가장 만족스레 누린 휴가가 떠올랐다. 철저하게 내 주변 것들을 어디 보이지 않는 구석으로 긁어 밀어 넣고서는, 나는 다른 세상 사람인 양. 그렇게 보냈던 휴가가 있었다.


로망이었던 대리석 바닥, 전기세 때문에 상상도 못했던 하루 내내 에어컨 켜두기, 알람이 없어도 자연스러운 채광으로 잠에서 깨기, 빨래와 식사 걱정 없이, 외출을 다녀오면 정리되어있는 침구류. 정말로 호사스러운 생활까지는 아니었지만. 거기에 읽을 여러 권의 책이 있다면 더 이상 바랄게 없을 것만 같았다.


내가 바라는 휴가를 생각할 차례. 좀 더 생각하다 보니 현재의 내가 담겨있었다. 이상적인 휴가라 함은 내가 지금 겪는 현실의 안티테제를 뜻하는 것이었다. 속박된 사람은 자유를 원할 것이고. 안식을 원하는 사람은 방해를 피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이상조차 너무도 현실적이면서도 소박하다면. 그것은 그만큼의 소박함으로도 그 사람을 만족할 수 있다는 것임과 동시에. 그렇게 그 사람은 절박하게 보일 수 있는 상황에 다다른 것이다. 소박함이 소망이라면 그것은 큰 소망을 품을 여유조차 없다는 신호라고 볼 수 있다.


내가 바라는 휴가가 무엇인지. 그 소망이 거창하지 못하고 너무도 소박한 것은 아닌지. 어떤 것을 '바라는 것'마저 현실을 녹여야 한다면 나는 지금 어디에 서있는지 알 필요는 있다. 꿈은 크고 높게 꾸어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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