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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말 Aug 15. 2016

독백

정신을 차려가며 시간을 보냈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동안 일이 좀 있었거든. 그 일이라는 게 많은 일은 아니지만 가벼운 일 역시 아니야. 그저.. 가만히 시간을 놔버린 건 아니었다고 말하고 싶어.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말하고 싶지 않아. 그저 일이 있었구나 생각하기를 바랄 뿐. 더 이상 바라는 욕심은 없어. 알아. 나도 이게 내 성격인 거. 내가 이야기하지 않는 것 모두 궁금해하고 있다는 것도 알아. 그러나 나를 알기에 내가 스스로 이야기를 꺼낼 때까지 기다리는 것까지도 알아. 그리고 기다림에 점점 지쳐가는 것 역시 알아.


침묵을 요구하는 신뢰는 너무나 피로도가 높아. 그래서 많이 힘들겠다는 것도 알고 있어. 그래. 모른다고 부정할 수가 없지. 하지만 그 힘듬의 과정을 보내고 나서도 내가 이야기할 일은 아마 없을 거야. 그런 상급 같은 것은 기대 말아. 어쩌면 정말 내가 내 선에서 감당하고 싶은 것일 수 있어. 좀 더 솔직해져 보자면.. 남에게 이야기하면 할수록 무게가 점점 가벼워지는 것만 같아. 지금의 나는 무거운 짐을 져야만 한다고 생각하거든.


설령 이야기한다고 한 들. 이해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야. 그건 지극히 사적인 내 일이지.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은 아니잖아. 그래서 넌 날 이해할 수가 없다는 결론에 봉착하는 거야. 이해할 수도 없는 사람에게 이야기함으로 무게를 가볍게 만들지 않으려 해. 좀 고집을 피우고 싶어. 후회를 좀 하더라도 나는 그렇게 하려 해. 


너무도 더운 날씨. 며칠 만에 집에 돌아와서 나는 무얼 할까 고민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그저 멈추지 못하는 시간을 바라보기만 했지. 나의 시간이 필요한 것인지 우리의 시간이 필요한 것인지 판단할 수 없었어. 그래도 이 정도면 이야기를 많이 한 건데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더운 여름. 짜증도 많이 내고. 에어컨 바람도 찬 음식도 많이 먹고 다니렴. 언젠가 다시 조우하게 된다면 그때는 정말로 너무도 많은 시간이 흘러버리고 난 후였으면 좋겠다. 서로를 알아보지도 못할 정도의 오랜 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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