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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말 Jul 30. 2016

어떤 사람이 되는 게 좋은걸까

길거리에서 먼 곳에서 낯익은 얼굴을 보았다. 잊을 수 없는 얼굴이었다. 험상궂은 그 얼굴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그 얼굴은 고등학교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렇다. 그는 나와 고등학교 동창이었다. 어떻게 사는지는 대충 알고 있었다. 우리는 친구라는 이름으로 싸이월드로 시작해 페이스북으로 지금껏 관계 아닌 관계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등학교 졸업 후 많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의 얼굴을 실제로 보게 되었다.


기차를 참 좋아하던 친구였다. 그래서 그는 철도청에 가고 싶어 했다. 나는 국가정보원에 가고 싶어 했다. 그 소망이 담겼는지는 몰라도 싸이월드 일촌명은 철도청과 국정원이었다. 철도청과 국정원은 우리의 종착지가 되지 못했다. 둘 중 하나라도 꿈을 이룬 것이 중요점은 아니었다. 우린 그저 아저씨가 되어가는 남자에 불과했다.


그와 나와의 거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나는 고민했다. 아는 체를 해야 할까. 아니면 지나갈까. 왜냐하면 인터넷 친구사이지만 한 마디도 그렇다 할 이야기를 나누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지나가는 일이 큰 일처럼 다가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것도 너무나 어색하게.


너 ○○○ 이지?

맙소사. 인사를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그 말을 내뱉자마자 후회가 생겼다. 하지만 그 친구는 나의 이름을 말했다. 그러나 그렇게 시작된 인사는 대화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 친구는 너무나 바빴고 나는 그 바쁨을 서둘러 인정할 만큼 소심한 백수였다. 악수는 짧았지만 우리는 어른스러운 인사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어색한 친구와의 인사는 어른스레 표현된 것이었다.


그가 나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는 생각으로도 나의 작은 용기는 충분히 보상받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문득. 나는 길을 가다 오랜만에 인사를 건넬 수 있는 사람이 되는 일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어른스러운 사람이었다. 너무도 어른스러워 가까이하기 어려운 친구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게 내가 용기를 내어 인사를 할 수 있을 만큼. 그는 딱딱한 친구는 아니었다. 유쾌하기도 했고 마음이 넓은 친구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많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는지 모른다. 부담 없이 가까이 다가가기 좋은 사람이었던 셈이다. 너무나 긴 시간이 흐르고 나서도 먼저 인사할 수 있는 이미지를 가진 친구. 그런 친구가 되어주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살아감에 있어서 정말로 필요한 인간미가 아닌가 생각했다.


어떤 삶이 좋은 삶인가 생각하게 되는 일이 잦아지면서, 거기서 자연스레 따라온 여러 가지 물질적인 조건을 떨쳐버리려 노력했지만 정작 잡히는 것은 없었다. 그러나 그 일이 있고나서부터 나는 달리 생각할 실마리를 얻게 되었다. 관계라는 것은 언제고 새로이 생겨나는 것이기에 지금부터라도 인간미를 갖추어야겠다는 실마리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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