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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말 Aug 17. 2016

국수

국수 좀 그만 먹자니. 나는 국수가 좋아. 밀가루도 좋아하고 면도 좋아 국물음식도 좋아. 그래 그건 네가 알고 있는 거지. 또 이유가 있어. 이유야 만들면 되는 거지 뭐. 실은 내가 정말 국수를 좋아하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야. 말하기는 좀 망설여진다. 그게 실은. 너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어서야. 음식에 닿을까 머리를 기울여 한쪽으로 모두 쓸어 손에 잡은 모습이 여성스러워. 그걸 잡아가면서 먹는 모습도, 때로는 머리를 묶어서 적극적으로 먹는 모습도 좋아. 음.. 또 네 안경에 국수의 김이 서린 모습을 보게 되면 웃음이나. 밥 먹다 말고 왜 실실 웃냐고 할까 봐 웃음 참기가 지금도 너무 어려워. 그게 다냐고? 아니 더 있어. 새침한 말을 하는 입술이 면을 빠느라 닭똥집 모양처럼 오므라들 때도 귀여워. 작은 입을 벌려 그 큰 깍두기를 넣고선 오물오물 씹느라 불룩해진 볼따구니를 바라보는 것도 좋아. 그리고 밥 먹는 사람 뭘 그렇게 쳐다보는지 신기해하는 눈빛도, 그 눈빛을 보내면서도 연신 국수가락을 후루룩 삼키는 모습도 좋아. 그래서 난 국수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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