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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말 Aug 26. 2016

선선하니 좋다

우리는 꼭 반대 상황에 놓여야만 깨닫게 되더라.. 너무도 미련한 일이지.. 진짜 미련한 건 뭔 줄 알아? 이런 일들은 늘 반복된다는 거야. 그래서 우리는 반복해서 깨닫는 과정마다 부끄러움을 느끼지.. 오늘 날씨가 참 그런 거 같아. 어쩜 이렇게 한 순간에 휙 돌아서서 이리도 싸늘한 건지. 가만히 있어도 줄줄 흐르던 땀으로 고생한 게 삼일 전 일이라는 게 믿기지도 않아.


오늘은 참 맑은 날이야. 애인이 없는 사람은 슬픈 날씨. 볕도 적당하고 바람도 선선해서 스킨십을 하면 보송보송한 살결, 손끝에 솜털이 느껴지는 그런 기분 좋은 감각이 달려들었지. 바람이 자주 불어서 너의 샴푸 냄새, 향수 냄새 그리고 그것들이 미처 가리지 못한 너의 살 냄새가 날아들었던 그런 날씨였지. 그런 날 데이트를 하노라면 정말 우리 둘 사이가 가까워지는 것만 같았어. 그저 함께 웃는 얼굴을 바라보면서 길을 걷기만 했어도 말이야.


들숨의 끝에도 냉기가 가시지 않은 지금의 밤공기도 좋아. 오후의 햇빛이 설렘이라면 밤의 공기는 안식 같아. 모든 것을 가만히 흘려보내도 전혀 조급하지 않은. 설렘으로 힘을 빼버린 우리가 정신 놓고 쉬는.. 그런 여유가 있는 안식의 시간이야. 시간이 얼마나 지나버렸는지.. 졸음에 헤롱 거리며 웃음 짓는 모습에 서둘러 택시를 잡았지. 실상 서로가 헤어지기 아쉬워 몇 대를 보내버렸는지 알 수는 없지만 말이야.


택시에서 세상모르는 잠에 빠져든 모습을 보면서 나는 네가 잠이 깨지 않을 정도만 창문을 열었어. 올림픽대교의 화려한 색이 눈을 스치고 지났지. 그러면서 코로 한강의 밤공기를 힘껏 들이마시고 나니 우리가 영원히 이렇게 행복할 수는 없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어. 느리고 긴 한숨을 내쉬면서 말이야. 우리가 함께 소비한 진실된 시간은 언젠가 거짓말처럼 흐려지겠지.


어제 불현듯 떠나버린 더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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