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밤입니다
잠을 자다가, 딸아이의 울음에 잠깐 잠에서 깨었다.
잠결에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보았는데 보이는 익숙한 브런치 알람 아이콘을 클릭해 보니,
누군가가 나의 글에, 처음으로 응원 댓글을 달아준 것이 아닌가.
이런 일은 브런치에서 글을 쓰고 처음 있는 일이었기에, 나는 화들짝 잠에서 깨어 응원 댓글을 읽어보았다.
응원글이 달린 나의 브런치 글은,
브런치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완성해 보았던, 열등감에 관한 나의 브런치 책에 수록된 글이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withinferiority
이 책의 대략적인 내용은,
열등감이라는 것은 너무나 솔직한 자기감정이기 때문에 이로 인해 좌절하지 말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자는(?) 어찌 보면 뻔하고 당연한 내용의 글이었다.
그런데, 이 글을 읽은 한 분이 이 글을 읽고 자신에게 도움이 되었다고 응원의 댓글을 남겨주신 것이 아닌가.
물론 첫 응원 댓글이라 기쁘기도 했지만,
감사하고, 또 왠지 미안한 (왠지 돈을 받았다는 사실이 민망해졌기 때문이다) 마음이 들면서,
한편으로는,
알 수 없는 커다란, 무언가 가슴속 응어리진 감정 때문에
새벽이 넘는 지금 시간까지 잠에 들지 못하고, 다시 브런치에 글을 쓰게 되었다.
누군가가 이 글에 공감을 했다는 사실이, 감사하면서도 뭔가 애틋하고 속상한 감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당신도, 나처럼 자의식이 강한, 여리디 여린 사람이군요
나는 정말로 자존심이 세다. 그래서 이뤄내고 싶은 것이 많고, 그래서 열등감도 많다.
자존심은 센 주제에 소심하고 찌질해서
주변의 나보다 잘 나가는 누군가를 볼 때마다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이유 모를 답답함을 느끼는데,
그 감정이 최소 일주일은 나를 사로잡는 것 같다.
누군가는 전혀 이런 시기 질투를 느끼지 않는 대인배의 면모를 가졌거나,
누군가는 이러한 감정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 자기 잘난 걸 더 크게 떠들어 대기도 하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누군가에게 쉽사리 말도 못 하고 혼자서 그냥 끙끙 앓는다.
그리고 정말 찌질하게도,
나보다 잘 나가는 누군가에 대한 내가 내 스스로 정해놓은 기준을 달성하면,
그래도 내가 이겼지롱! 아니면, 이정도면 그래도 비겼네!
이런식으로 혼자 그 답답한 감정을 이겨내곤 했던 것 같다.
나의 이 찌질한 마인드를 바탕으로 열등감에 대한 책을 처음 썼을 땐,
그 누구보다 솔직하고 나의 부끄러운 모습을 기반으로 하고싶은 이야기를 잘 풀어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이후에 그 책을 다시 볼때마다 다시 든 감정은 좀 달랐다.
나는 정말 자의식이 강한 사람이구나.
열등감이라는 단어로 내 스스로를 깎아 내리는 척,
계속해서 내 스스로의 무언가를 놓지 못하는 그런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다.
그러한 마음이, 어찌보면 나를 계속해서 발전하게 하는 원동력을 주었고,
심지어는 지금 여기 미국까지 데리고 온 것일 수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 놓지못하는 내 스스로의 무언가 때문에,
계속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의 굴레 속에서 나의 책을 읽은 독자로부터 받은 응원의 댓글은 뭐랄까,
위로해 주고 싶었다.
안아주고 싶었다.
당신은 유약한 나처럼 고통받지 말고, 스트레스 받지 말고,
앞으로 당신 앞에 펼쳐진 멋진 미래만 바라보고 앞으로 나아가세요.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한국이었다면 정말 만나서 소주라도 한잔 하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그래도 처음으로, 브런치를 하기를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방식으로든 내 글이 누군가에게 좋은 방향으로 작동했다니,
그 무엇보다 가슴 떨리는, 나에게 참을 수 없는 깊은 향내의 성취감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