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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낭이 Nov 20. 2022

내 분야의 대가를 만나는 기분이란

Thanks, Erik Jan Marinissen

현재 나의 기분 상, 이 글을 작성하지 않을 수 없기에 씁니다.

이 기분은.. 마치 아이돌 팬들이 본인의 최애를 만났을 때의 기분일까요.


https://brunch.co.kr/@857bd4e3f8b84b0/13


예전 글에서 잠깐 언급한 적이 있는데, 최근에 O1 visa 문제로 일종의 추천서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것도, 나와 전혀 상관없는 independent researcher들이 나를 위해 하는, 추천서가 필요한 상황.

O1 visa의 취지가, 저명하고 영향력 있는 사람을 위한 미국 비자였기 때문에 이런 것이 필요했는데,

문제는 나는 그런 저명하고 영향력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어쨋든, 어떻게든 추천서를 받기위해,

나는 리스트를 작성했다.

1. 내 논문을 citation 했던 교수님들

2. 그 교수님들과 연관된 co-author 교수님들

3. 나랑 정말 아무 상관 없지만 워낙 이 분야에서 유명한 교수님들


그나마 논문 citation이 연관된 분들은, 메일 제목에 관련 내용이라도 적을 수 있었는데..

나랑 정말 아무 상관 없는 사람들은, 내가 뭐라고 적을 내용 자체가 없었다.


그래서 보내지 말아볼까... 고민도 했지만

그래, 어차피 얼굴에 철판깐거... 한번 보내보면 어때. 아님 말고 식으로 메일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리스트를 작성하는 도중, 

내 연구분야, Design for Testability 분야에서 정말 유명한 사람인,

Erik Jan Marinissen을 찾게 되었다.



어차피 DFT를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테니 한마디로 요약해 보자면,

각종 DFT 기법 관련 IEEE 표준 (IEEE 1500 / IEEE 1838)을 만든 사람이고,

DFT 관련 대가들의 지도교수였던 사람... DFT 관련, 특히 3D IC(3차원 반도체) DFT 기술을 연구한 사람이라면 이 사람 논문을 안 읽어 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저명한 사람입니다




내가 뭐에 미쳤는지 홀렸는지 모르겠는데

아마 계속해서 추천 메일을 써달라는 일종의 스팸성(?) 메일을 보내다 보니 정신이 나갔었는지,


"와 이사람한테 받으면 대박이겠는뎈ㅋㅋ" 라는 마음으로 그냥 한번 보내봤다. 

진짜 일말의 기대도 하지 않고서.


그런데!!!!



아니 이게 실화인 것인가.

내가 석사시절 부터, 3D IC DFT 연구하던 꼬맹이 시절부터 수없이도 읽었던 논문들의 저자인 이 사람이, 

나를 위해 추천서를 써준다고 연락이 오다니. 나같은 신입 엔지니어를 위해.


진짜, 너무 기뻐서 소리지르고 자랑하고 싶었지만

사실 이 사람을 아는 사람이 주변에 없었기 때문에... 연구실 박사 친구들한테만 살짝 이야기하고.. 말았다.


그래서 이 기쁜 마음을 조금이라도 더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에 이 글을 쓴다..

대충... 비유하자면... 

내가 아이돌 연습생인데, HOT를 만난 느낌이랄까

내가 중식 요리사 보조생인데, 이연복을 만난 느낌이랄까

내가 바둑 배우는 학생인데, 이창호를 만난 느낌이랄까



참을 수 없는 기쁜 마음으로, 감사의 답변을 보냈다.

그에게 나의 respect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어찌나 흥분되는 일이었는지.


하루도 되지 않아, 그에게 잘 정리된 추천서를 받았다.


세상은,

정말 어떤일이 어떻게 벌어질 지 아무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요새, 진심으로 피부로 느끼고 있는 명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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