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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낭이 Jan 21. 2023

내가 떠난 회사의 근황을 듣다

마치 전 애인의 소식을 들은 듯한 느낌

이직을 한지 벌써 6개월이 되었지만,

여전히 나는 이따금씩 이전 다니던 회사의 소식을 주변 사람들로부터 듣는다.

내가 있던 부서부터, 다른 부서들, 

혹은 회사 내 특정 재미있던 찌라시들 까지.. 

이야기를 듣다 보면 아직도 그 회사에 남아있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그래, 내가 있을 땐 그랬었지. 하는 옛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또, 사람 마음이 이상한 것이, 내가 나온 이후의 내 부서는 

내가 있을 때보다 더 잘 나갔으면.. 하면서도, 또 너무 잘 나가면 속상할 것 같기도 하고.. 하는 이런 

뭔가 이율배반적인 마음이 문득문득 들고는 했다.



최근에, 

우연히 우리 부서에 있던 친구로부터 내 예전 팀의 근황을 들었는데, 많이 놀랐었다.


우선, 

곧 떠나실 것으로 생각되었던 팀장님은 그의 예상과는 달리 1년 더 있게 되었고,

그 말인즉슨, 

새로운 팀장님이 될 것으로 생각되었던 수석님은 그의 예상과는 달리 임원 승진에 실패하였다고 한다.


더 놀라웠던 사실은,

내가 알던 우리 팀 내 소위 '잘 나가는' 수석님이 두 명이나 그만두신다는 이야기였다.

팀 내 핵심적인 멤버로 고려되던 분들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임원 진급과는 조금 거리가 생기는 것 같더니, 

한 분은 아예 새로운 커리어를 미국에서 시작하시겠다고 떠나신다고 하셨고,

다른 한 분은 본인이 하던 다른 세컨드 잡이 잘 되어 떠나신다고 하셨단다.


내가 그분들을 옆에서 직접 볼 때만 해도, 

회사에 그리도 헌신적이고 열심히 던 분들이었기 때문에, 

그분들이 그런 결정을 했다는 사실이 너무나 놀라웠다. 

한편으로는, 결국 이곳은 임원이 되지 못하는 사람들은 더 있기 힘든 곳이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있던 파트는, 서운할 정도로 서로 더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한다.

파트 송년회에 오겠냐는 얘기를 다른 사원분께 듣기도 했지만, 

역시 내가 가는 건 뭔가 이상한 것 같아서 정중하게 거절드렸다.


이직하고 나서, 가장 달라지고 힘들어진 부분이, 

회사에 대해 같이 이야기하고 서로 간의 고민을 나눌 사람이 없어졌다는 부분이었는데,

문득 이전 파트의 이야기를 들으니, 괜스레 그리워지기도 했다.

물론, 그때로 돌아가더라도, 나는 똑같은 결정을 내렸겠지만.




퇴사하고 나서도, 우리 파트 내 사원 친구들이나, 파트장님을 여러 번 만났었고,

또 회사에 근무하는 다른 친구들을 여러 번 만나와서인지, 

아니면 이직한 이곳에서 만나는 새로운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아서인지, 


아직도 내가 정말 이직한 것인가? 실감이 나지 않을 때가 있다.

처음 입사할 때만 해도 나는 당연히 그곳에서 평생을 근무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정말 사람 앞 길은 아무도 모르는 것 같다.


아마 미국을 가서도 이따금씩 들려오는 이전 회사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들지 않을까. 

나의 결정은 과연 잘한 결정이었을까. 

생각해 보니 후회가 남는 결정이었을까. 

아니면, 그럼에도 해야만 하는 결정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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