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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낭이 Feb 08. 2023

나를 만들어준 아버지의 말

어느 30대 남자가 그렇듯, 

나도 나의 아버지와 그렇게 다정한 관계의 부자지간은 아니다.

나는 가끔 무뚝뚝하고 매정한 아들이고, 나의 아버지는 때때로 오히려 나보다 더 다정하시다.


나의 아버지는 나와 같은 전기전자공학 출신이셨는데,

내가 아는 한, 엔지니어가 할 수 있는 가장 멋진 커리어를 이뤄내신 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나의 아버지를 늘 존경해 왔다.


그리고 문득 어느 날 깨달았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길을 되돌아보니, 

모두 다 나의 아버지가 나에게 버릇처럼 해주셨던 말처럼 살고 있다는 사실을.

나는 단 한 번도 아버지가 나에게 말했던 대로 살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오히려 그런 일은 나에게 벌어질 리 없다고 늘 반박했었다. 



처음, 대학에 입학하고,

아버지는 나에게 버릇처럼 말씀하셨다.


"전기전자 공학을 열심히 공부하여 박사까지 꼭 따거라"


나는 아버지가 왜 그런 말씀을 하시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아버지는, 본인이 평범한 대학교의 학사 출신으로 졸업하여 회사생활을 하시면서

높은 자리로 올라가실수록, 

주변의 여러 저명한 박사 출신의 사람들을 보며 아쉬운 마음을 가지셨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때의 나는 그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오히려 공부가 맘에 들지 않고, 이 어려운 공부를 어떻게 박사까지 할 수 있는지 반문했다.

아버지가 버릇처럼 그렇게 말씀하셨을 때, 나도 버릇처럼 대답했다.

 

"나는 절대! 나는 박사까지 하지 않을 겁니다"




아버지가 회사생활을 오래 하시면서, 나에게 자주 하셨던 다른 말은,


"한 곳에서 오래 하는 것보다 좋은 기회가 될 때, 미국에서 일하고 온다면, 너의 가치를 더 인정받을 거야"

"기회가 된다면 해외 주재원으로 몇 년 일하고 오면 더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거야"


였다.


이것 역시 아마도, 본인이 한 회사에서 높은 위치까지 올라가는 것보다, 

본인 주변의 누군가가, 더 좋은 조건으로 해외 유수의 기업에서 스카우트되는 상황들을 많이 보시고

하셨던 말씀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아버지는 내게는 그 자체로도 대단하고 존경스러운 분이지만,

본인이 생각하셨던 더 좋은 방향과 조건들을 나에게 끊임없이 말해주셨다.


물론, 저 말을 들을 때마다, 무뚝뚝한 아들이었던 나는 항상 이렇게 얘기했다. 


"그런 기회를 아무나 잡을 수 있나요, 저는 그냥 평범하게 일하렵니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든, 나는 아버지가 말한 방향대로 살아가고 있다.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대기업을 다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일하게 되는 경험까지 얻게 된 것이다.


어쩌면, 나는 내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인 나의 아버지의 영향을 무의식 중에 받고 있었던 건 아닐까 싶다.


한편으로는, 

옆에서 누군가가 그렇게 계속 나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해 주고 그 자체로 나를 인정해 주고, 

더 좋은 길로 가게끔 인도해 준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가치가 될 수 있는지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나의 아버지는,

내가 어릴 때부터 나에게 버릇처럼 말씀하셨다.


"내가 아는 내 아들은, 나보다 수십 배는 더 성공할 거야"


나는 항상 그 말이, 부끄럽고, 때로는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이제는 알고 있다. 나는 결국에 또 나의 아버지의 말대로 살아갈 것이라는 것을.


그래서 나는 평생을 들어왔던 아버지의 말씀대로 살아가기 위해 매일을 더 노력하며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나도 언젠가는 그 누군가에게 그렇게 좋은 영향을 전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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