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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낭이 Oct 30. 2023

반도체 엔지니어로서 대학원 진학을 하는게 좋을까요?

진로 상담 공유 1

아래는 올해 초, 저에게 연락 왔던 친구에게 답변을 해준 내용 일부입니다. 

질문 내용과 이 친구의 열정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해당 내용을 브런치에 올려도 된다는 허락을 받고 올립니다.


이 문답 하나로도 누군가에겐 커다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편의상 질문자의 이름을 담낭이로 대체)


1-1. 삼성전자 직무 회로설계 vs 공정설계/기술


먼저 회로설계가 더 낫다, 공정 설계 혹은 공정 기술 쪽이 더 낫다 이렇게 말씀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는 업이 다르고, 지원자의 수준이 어느 쪽이 높고 낮은 것은 딱히 아닙니다.


다만 아무래도 회로 설계 쪽은 회사에서 유경험자(석, 박사)를 뽑으려는 경향이 더 강하고, 

실제로도 학부 출신이 공정 쪽 비교해서 많지 않아 그렇게 이야기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알기로 반연 (반도체 연구소) 같은 쪽에도 공정 설계 관련 박사들이 많이 포진되어 있고요. 


그것 보다도, 제 생각은 본인이 좀 더 흥미로운 분야 쪽으로 커리어를 시작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얘기주신 대로 반도체 물성이나, 물리 전자 같이 조금 더 하위 레벨의 전공을 하고 싶으시다면, 

공정 설계 쪽이 더 맞을 것이고 그것보다 조금 더 상위 레벨의, RTL 설계나 합성, layout 설계 같은 쪽이 관심이 있으시다면 회로 설계 쪽을 추천드립니다.


1-2. 연구실 분야 선택


저도 담낭이님처럼 학부 졸업 당시에 연구실을 고민할 때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회로 설계, 그중에서도 DFT 관련된 연구실에 진학했던 것은, 

담낭이님께서 보시기에 조금 우스울 수도 있겠지만,

"그냥 했습니다."

저는 그때 사실 DFT가 무엇인지도 몰랐었답니다.


그냥 단순하게, 반도체 물성이나 물리화학 쪽 학문은, 제가 더 깊게 공부할수록 잘할 자신이 없었고..

회로 설계는, verilog 코딩이나, 기초 전자회로 지식은 있다고 생각해서, 

둘 중에 더 잘할 자신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거기에... 사실 단순히 저희 학교에서 그 연구실이 가장 크고, 펀딩이 잘된다는 이유로 입학을 지원했습니다.)


담낭이님께서 중간에 적어주신

"진로선택에 있어 이 분야의 일/연구가 재미있고, 잘할 것 같다."는 판단이 100% 서는 분야가 없다

는 말에 대해,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20대 중 후반에 그 분야의 일과 연구가 정말 재미있고 잘할 것 같다는 판단을 

스스로 세울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정말 훌륭한 사람이라고...


어느 분야든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반도체 분야는 알아야 할 것도 많고 광범위해서, 

학부생이 정말 확신에 차서 이 분야는 내 분야야!라고 말한다는 건 참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DFT가 뭔지도 모른 채, 우선 회로 설계 연구실이라고 하니 들어와서, 하나씩 개념을 배우고,

연구실 기간 동안 하나씩 가시화된 성과(특허나 논문)들을 내고서,

박사 졸업 이후 회사에 들어와서 이 분야가 실제로 어느 부분에서 

어떻게 필요하고 중요한 지를 깨달은 지금에야, 

"나는 이 분야를 너무나 사랑하고 이 분야에서 더 많은 경험과 발전을 이루고 싶다" 

는 생각이 든 것 같습니다.


1-3. 삼성전자에서 했던 일이 무엇인가요?


저는 삼성전자에서 테스트 후 불량을 발견해 내는 DFT 기반 diagnosis 및 yield 분석을 하는 일을 했습니다. 현재 퀄컴에서도 마찬가지이고요.


어찌 보면 설계 기반 전공을 했으나, 실제 일은 설계 지식을 기반으로 데이터 분석을 하는 일이 되었지요.


실제 박사 때 연구했던 것과는 조금 결이 다른 방향이 되었지만, 

실제 수율 데이터를 가지고 일한다는 측면에서 조금 더 흥미롭고 보람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제가 삼성전자에서 일할 때에는, 근무 환경이 매우 좋았습니다.

Foundry 사업부의 Design platform 실의 Design Technology 팀에서 근무를 하였는데,

제가 일하는 부서는 FAB에 들어갈 일이 아예 없었고, 원한다면 야근도 그리 많지 않은 부서였습니다.

아마 회로 설계 쪽은 FAB에 갈 일이 적고, 

설비나 공정 설계 쪽은 FAB과 좀 더 친해져야 하는 쪽이 될 것 같네요.



2. 회로 설계 경험을 위해 추천하시는 활동


제가 알기로도 학부 수준에서는 크게 경험하기 힘듭니다. 

왜냐하면 우선 관련 DB를 구하는 것도 힘들고, tool license도 만만치 않습니다.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면, 연구실 차원에서 지원되는 것들이 있는데 그럴 때, MPW 같은 기회에 참여할 수 있다면 가장 최상의 경험일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 조금 더 경험하고 싶다고 하신다면, FPGA 정도 다뤄보는 일이나, 

IDEC 같은 업체에서 제공하는 수업에 참여해 본다 정도가 가장 유의미할 것 같습니다.



3. 학부 졸업 후 반도체 기업 취업 vs 대학원 졸업 후 반도체 기업 취업


저는 제가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 해도, 대학원을 선택했을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는 석, 박사를 우선으로 채용하고 싶어 합니다.

반대로 얘기하면, 제가 아는 한, 반도체 업계에서 박사학위를 가지고 취업을 걱정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못 본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SK하이닉스나 삼성전자 취업이 가능합니다. 그만큼 고급 인력에 대한 수요가 많은 상황입니다.

반도체 업계는 사실 학계보다 회사에서 좀 더 trend 한 기술들을 볼 수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연구실에서는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개인적인 다른 사정 (금전적인 이유 등)이 아니라면, 

저는 반도체 업계에서 박사 취득을 다음과 같은 이유로 꼭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1. 시간적으로도 이득

:통상적으로 석사 2년 / 박사 5년이면 총 7년을 하고, 삼성이나 하이닉스에 책임급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학부생으로 바로 들어가면 보통의 경우에는 8년이 걸립니다.


2. 박사 수당

:하이닉스도 비슷할 텐데, 삼성은 박사에게 박사 수당을 따로 제공해 줍니다. 

월 50만 원. 생각보다 쏠쏠(?)합니다


3. 다양한 진로 선택

:박사를 하시면, 교수의 길로도 도전해 볼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석사 후, 해외에서 박사를 진행할 수도 있고요. 

제가 만났던 사람들 중에, 

"나는 원래 박사는 안 할 거고 대기업 취업해서 돈 버는 게 우선이야!"라는 마인드가 아닌 사람들은, 

대부분 취업 이후에 석/박사를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4. 논문, 특허를 분석하는 시야

:반도체 엔지니어라면 어차피 해야 하는 것이 논문 분석, 특허 분석입니다. 회사에서 일하면서 위의 것들을 병행하기는 매우 어려우나, 연구실 생활은 저 둘이 가장 주원인이니 다양한 논문과 특허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5. 최근 반도체 업계의 연구실 지원이 좋다

:제가 알기로, 저희 연구실도 그렇고, 꽤 많은 반도체 관련 연구실의 funding이 좋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 박사 월급이 삼성 신입사원 월급보다 높습니다. 

물론 삼성에는 PS라는 보너스가 존재하긴 하지만.. 여하튼 예전처럼 대학원이 꼭 금전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만 가는 곳은 또 아니게 된 것 같습니다. 

(물론 펀딩이 많은 만큼 일은 많겠지만요 ^^..)


4. 삼성전자 사내 대학원에 진학이 가능하나요?


사내 대학원 진학뿐 아니라,

기존의 다른 SPK 등 연구실에도 석사 혹은 박사로 진학 가능합니다.


제가 연구실에 있을 때에도, 석사 혹은 박사로 학술연구 오신 여러 삼성/하이닉스 분들이 계셨습니다.

조건은, 좋은 고과이지요. 

좋은 고과를 받으시면서 일하신다면, 6년~8년 차 정도 되는 해에 지원해 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연히 좋은 고과를 받는 사람만 가기 때문에 그 비율이 많지는 않습니다.



5. Qualcom과 같은 실리콘밸리 기업에서 H/W 엔지니어로 일하려면 어떤 자격이 요구되고, 무슨 공부를 해야하되나요?


저는 솔직히 말씀드려서 이번 Qualcomm으로 이직하게 된 스토리가 그리 거창하거나 멋지지가 않습니다.


그냥.. 삼성에서 일하고 있던 와중에, 아주 좋은 기회로 제가 하고 있는 업과 100% 동일한 업을 Qualcomm에서 채용 중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그냥... 한번 지원해 보았는데 생각보다 결과가 좋게 나와서.. 미국행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전부터 미국행에 대한 막연한 로망은 있었습니다. 그래서 박사 중에도 미국 포닥으로 도전해 보려고도 했었는데 잘 되지 않았었지요.)


담낭이님의 학부 교수님께서 말씀해 주신 것처럼, 


인생이, 살면서 정말 제 계획대로 된 적이 그리 많지 않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우연한 순간에, 어떠한 기회가 찾아오고, 그때 내가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변화가 생기더라고요.

제가 논문이 많아서, 스펙이 뛰어나서 Qualcomm에 입사할 수 있었다라기 보다.. 

그 회사가 관련 사람을 뽑을 때, 제가 마침 관련 업을 하고 있었고, 그에 대한 지식을 그들에게 잘 어필할 수 있었기 때문에 채용되었다.라고 생각됩니다.


실리콘 밸리가 아니더라도, 특허, 논문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테고, 


미국에서 생활하기 위해서는 영어가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이것 때문에 요새 많이 스트레스받습니다..^^;)


조금 더 현실적으로, 미국에서 일하기 위한 루트를 생각해 볼 필요도 있습니다. 정말 원하신다면 말이죠.


제가 follow 하는 브런치 작가분 중에, 예나빠라는 분이 계신데요, 삼성에서 수석까지 근무하신 후에, 인텔에서 일하시다가 지금은 AMD에서 일하시는 분입니다.


그분이 미국 생활에 대해서는 저보다 더 경험도 많으시고, 특히 아래 글은 담낭이님께도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 링크드립니다.


미국에서 일하고 싶으신 마음이 있으시다면 이분 글도 한번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https://brunch.co.kr/@airtight/141



6. 일과 자기 계발에 시간을 최대로 쏟았을 때...


아마 대학원이든, 대기업이든, 

일에만 나의 모든 에너지를 투여하면, 반드시 번아웃이 오기 마련입니다.


저도, 두 번째 논문을 완료하고서 한 3개월 간은 아무것도 못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내가 왜 이런 논문 하나에 집착해서 이렇게 힘들어야 하지?" 하는 순간들도 있었죠.


그럴 때마다, 정말 컴퓨터 reset 버튼 누르듯이, 한번 쉬어갈 수 있는 시간을 꼭 마련하셨으면 합니다.


생각보다 인생은 길고.... 해야 할 것은 많으니까요.. 지금 한 번에 꺾이면 안 되지요... 

(제가 주변으로부터 수도 없이 들었던 말입니다 ㅎㅎ)


그리고... 제 개인적인 얘기를 하나 하자면...


저는 처음 대학원 진학 때, 석박 통합이 아닌 석사로 진학했습니다.

왜냐면 그때 저는 "내가 감히 박사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가득했었거든요.

석사 3학기가 되고서 박사까지 할지 고민하던 차에 

제 스스로 결정 내린 것이 있습니다.


"할 수 있을까? 가 아니라, 해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자"

반드시, 해내시기를 바라겠습니다.



7. 일 또는 삶에 있어서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가요?


저는... 제 업으로 인해 인류가 한 단계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좀 추상적이고 거창하게 쓰긴 했는데, 

저는 제 일로, 수율이 개선되고, 반도체 업계가 성장하고, 

그로 인해 인류가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제가 직접 하는 일은 매우 사소하지만요..


물론 이런 얘기를 다른 데에서 하면 비웃음만 사지만, 

여하튼 제 마음속에서는 제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나중에 퀄컴뿐 아니라 

여러 다른 유명한 big tech 기업(애플, 구글, 인텔 등...)에서도 일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업계가 어떻게 발전해 나아가는지 보고 싶고, 

그 안에서 역사의 한 줄기를 같이 그려나가 보고 싶습니다.


제가 한 번씩, motivated 되는 영상이, 마크 주커버그의 연설 영상인데요, 

혹시 관심 있으시면 한번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영상을 매우 사랑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5pPsmqwEis&t=135s



그리고 또 하나는, 제 커리어를 더 열심히 쌓아서, 


저와 같은 고민을 했던 다른 분들에게 조금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먼저 이미 했던 고민의 결과들을 공유해 주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저도 제가 어렵고 힘들 때, 그분들을 통해 많은 도움이 되었거든요. 


멘토라는 단어가 조금 거창하긴 하지만, 

나중에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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