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적극적으로 하세요. 살아남고 싶다면

미국 회사 적응기

by 담낭이

"xx씨 너무 shy해서 미국 가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이에요"


퇴사를 통보하고 했던 팀장님과의 면담에서 팀장님이 나에게 해주셨던 말이다.


나도 내 스스로가 상당히 적극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팀장님 눈에는 내가 한없이 shy해 보였나보다.


문득 나도 내 스스로를 한번 돌아보았다.


나는 굉장히 내향적인 사람이고 수줍음이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그 수줍음을 극복하기 위해 아닌척 하는 행동들을 많이 해왔다.


그래서 내가 편한 사람들(후배나 동생들) 앞에서는

늘 적극적이고 모든 일을 리드하듯이 했었지만,

정작 같이 일해야 하는 선배나 형들 앞에서는, 혹은 타 부서 연륜 넘쳐보이는 부장님들 앞에서는

한없이 소심하고 작아지는 모습을 많이 보였던 것 같기도 하다.


왜인지 모르겠는데, 부끄럽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내가 이말을 해도 될까?'

'감히?'


그래서 팀장님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정말 내 스스로를 다시 한번 많이 생각해 보았고, 또 고민했다.


정말 나는 미국에 가서도 이 부끄러움을 이겨내고 적극적으로 일할 수 있을까?

그런데, 적극적으로 일한다는 것이 무엇이지?





이직 후,

여러 외국인들 (혹은 영어를 쓰는 한국인들)과 일을 하게되면서

내 부끄러움을 하나 덜어주었던 부분은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두가 영어를 쓴다는 점이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영어를 쓰니까 일단 상대를 대하는 것도 편했다.

나는 senior eng이고, 상대는 principal eng 이지만, 뭐 어쩔거야.

나는 너를 you라고 부르는데 말이지.


여하튼, 이곳에서 일해보니

근 20년간을 미국에서 일해오셨던 팀장님이 나에게 걱정해주셨던 부분이 무엇이었는지

조금은 그 의미를 알게 되었다.


왜냐면 이곳은,

'아무도 나를 신경써주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에 입사를 하면, 보통 신입사원은 거의 1년 가까이 회사 차원의 교육을 듣는다.

파트 내에서도 거의 5~6개월간 OJT를 시킨다.

Senior 급 eng들이 자발적으로 시간을 내서 그들을 알려 주고 그들을 ramp-up 해준다.


반도체 직무가 그만큼 쉽지 않아서도 있지만, 회사 차원에서 그들을 케어해 주는거다.

나같은 경력 입사자도 입사하고서 근 3개월 이상은 업무 없이 OJT에 집중했던 것 같다.



이곳은, 전혀 그런것이 없다.

물론 너가 무슨일을 할 것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그리고 이 사람들에게 물어봐가면서 일하라고 알려준다.

그걸로 끝.


그 사람이 나를 안 알려 주면 내가 성장을 못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계속해서 "적극적으로" 그에게 질문하고, 물어보고, 배워야 하는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서.


살아남는다는 말이 이곳에서는 좀 더 실감나는 것이,

한국기업과 같이 고용안정이 보장되는 곳이 아니라, "At will", 언제든 lay off 될 수 있는 곳이 때문이다.


최근 대규모 layoff를 진행한 Intel



그래서 나는 지금

내가 어떻게 일할지, 어떻게 배울지, 어떻게 어필할 지 하루 하루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상태가 되었다.


매우 스트레스이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즐겁다.

실제로 살아서 움직이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오늘도 나는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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