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특유의 마른 향기가 번진다.
고운 흙에서는 발이 닿을 때마다
작은 흙먼지가 번진다.
완연한 가을이다.
신선한 바람을 맞으며
밖의 테이블에 앉아
녹차 한잔을 따르는 기분..
병에 맺힌 물방울들이
굴러 내릴 때
과거의 향기가 코로 들어와
온 몸에 퍼진다..
풀 벌레 소리마저
이전의 가을과 완벽히 일치하는 저녁.
다시 가을이 돌아왔다.
발이 닿으면 퍼지는 흙먼지처럼
피어오르는 기억들이 마음에 번진다..
멀리서 피어오르는 노을이,
모닥불을 지피면 피어오르던 어린 시절 불꽃의 기억과 겹쳐질 때.
모든 시간은 내 안에 살아있었음을 느낀다.
아련한 감정 뒤로 펼쳐지는 기억이 명료함을 느낀다.
선선한 바람과 함께 단서들이 날아오는 계절.
많은 기억들이 되살아나는 계절.
가을은 각성의 계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