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정서
가랑비가 내린다. 까페에서 소리 없이 내리는 비를 여유롭게 바라보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보는 장면, 상황에 자신만의 정서를 칠한다.
따라서, 시에는 자신만의 정서가 포함되어 있고, 작가는 특정 정서를 말하려 한다.
하지만 시 교육 강의나 시 작법 책을 보면 자신만의 정서를 느낌의 형태로 직접 말하는 것을 피하라고 한다.
최대한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묘사를 하고, 그 묘사를 통해 독자가 느낌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작가에게 보인 장면을 묘사하면 독자도 같은 정서를 느낄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이런 말이 나왔거나,
특정 정서를 지닌 사람에게 보이는 사물의 조합은 특정하므로,
보이는 장면이나 사물의 묘사만을 통해 작가의 정서를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사람들이 장면을 볼 때 각각의 정서에 따라 보이는 장면과 상황이 다르게 된다.
시에 묘사된 장면은 시인의 눈에 들어오는 사물의 조합으로 장면을 바라보게 하기 때문에 '시인의 눈을 통해 본 장면'이라는 새로움을 입게 된다. 하지만, 같은 것을 보여주더라도 다르게 느낄 수 있는 것이 인간 정서이기에 독자는 인간 공통성과 개인 고유성 사이에서 시를 느낀다.
나는 아직도 내 글에 느낌을 직접 표현할지, 그저 내게 보이는 것을 말할지 고민한다. 성격유형 검사 MBTI에서 S(감각형)이 아니라 N(직관형)이기에 오감으로 느껴지는 사물의 묘사보다 감성과 머릿속에 들어오는 느낌이 항상 더 강하다. 결국 S 유형만큼 묘사에 강하지 않게 된다. 나는 분석하는 글을 많이 쓴다. 하지만 그것을 나의 색이라고 정해두지는 않았다. 이러하기도 하고, 저러하기도 한 나를, 내 시도를 규정하지 않는다.
현재, 창 밖에 내리는 비를 감상하는 느낌
비가 내린다.
최근 ASMR에 심취한 나에게는 생생한 ASMR을 듣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생각 없이 창문을 바라본다.
비가 내린다는 사실 외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생각이 없어진 틈을 타 영혼은 감동할 시간을 갖는다.
좋아서 온 몸으로 전율한다.
세상의 아름다움을 깊게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