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담온 Jul 27. 2019

극과 그의 극복

싫어하는 일을 수월하게 하는 방법.

  무의식의 기능에 놀랄 때가 많다. 비타민을 삼킬 때 입에 오래 머물러 코팅이 벗겨져 좋지 않은 맛이 나고, 혀가 그 맛을 싫어하면, 아무리 물과 함께 삼키려고 해도 넘어가질 않는다. 억지로 겨우 삼키면 목에 걸리면서 넘어간다. 의식적으로는 삼키려고 했는데도, 몸에 이상한 음식이 들어갈 까 봐 무의식 적으로 삼키지 않으려 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번 아웃 증후군이 일어날 때도 신기하다. 글과 화면을 너무 많이 보고, 정신 활동을 과도하게 해서 힘들어지면, 글을 한 줄만 보아도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고, 몸의 기력이 없어진다. 더 이상 글과 화면을 보지 않게 하기 위한 일종의 방어기제인 셈이다.


  반대로 좋은 경험을 떠올려도 몸과 마음이 자동적으로 반응한다. 책상에 놓인 다이어리를 보기만 해도 쓰던 기억이 나서 기분이 매우 좋아지고, 여행 가서 찍었던 사진만 보아도 여행지의 바람이 느껴지는 것 같은 신선한 기분이 든다. 경험을 통해 우리는 무의식이 생활에서 얼마나 강하게 반응하는지 알게 된다.


  하는 행위와 일에도 무의식의 작용은 매우 크다. 싫어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고 계속 ‘싫어, 싫어!’를 외치고 있는 무의식을 발견하게 된다. 그나마 싫지도 않고, 좋지도 않은 일을 할 때에는 좋은 점을 발견하면서 시행하면 극복이 되지만, 무의식이 ‘싫어!’를 외치는 상태에서 그 행위를 계속하기란 매우 힘든 일이다. 무의식의 방어기제가 나타나서 갑자기 아파질 수도 있으며, 일이 잘 처리되지도 않고, 완료가 된다 하더라도 컨디션이 매우 저하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하기 싫은 일은 할 때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것일까?


  하기 싫은 일을 해야만 하면 그것과 연결된 무의식을 서서히 바꾸어야 한다. 일단은 싫어하는 일은 하지 않고, 좋아하는 일을 하도록 현명한 선택을 하는 것이 우선이고, 여가 시간에도 최대한 자신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해야 한다. 양질의 여가 시간으로 충분히 건강해졌다면, 체력을 기르려 힘을 쓰면서 마음의 인내심을 조금씩 길러나가면 된다. 기본 체력을 기르는 것은 매우 중요한데, 체력을 기르면 싫어하는 일을 버틸 있는 한계가 늘어나고, 힘들던 일을 더 이상 힘들이지 않고 해결할 수도 있게 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싫은 일의 좋은 점을 찾아 무의식에 그 일의 좋은 점을 심어주면, 점차 싫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그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조금씩 시도해 보면서 이전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특별한 의미를 찾아보거나, 행위 자체의 즐거움을 찾아보는 것이다. 사소한 것이지만 우리를 기분 좋게 만드는 것은 많다. 컴퓨터의 키보드 소리와 마우스 소리가 좋아서 처리하기 싫던 서류 작업을 할 때 위로가 된다던지, 어려운 연구에서 특별히 의미 있는 것을 발견하는 것에 희열을 느  있는 것이다. 싫어하던 일의 좋은 점을 찾으면 부정적인 느낌이 줄어들고, 잘하면 애정이 가기 시작하여 개선해야 할 점이나 새로운 아이디어 등도 떠오르게 된다.


  하지만 자신에게 정말 맞지 않는 것은 피하기를 권한다. 그것은 본인의 성향에 맞지도 않을뿐더러, 계속하면 진이 빠져 건강마저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좋아질 가능성이 있는 약간 싫은 일은 훈련을 통해 인내심을 기르면 되지만, 나아지지 않을 정도로 싫은 일은 장기적으로 본인을 다치게 할 수가 있다. 사주 용어로 말하자면, 적당한 극은 나를 단련시키지만, 너무 심한 극은 나를 쳐내버린다. 선택의 현명함을 길러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하는 방향을 우선으로 하되, 싫은 일의 의미도 발견하여 극복해 나가고, 자신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휴식을 더 취하면 건강한 삶을 꾸려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공간을 사랑하는 사람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