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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온 Jul 08. 2019

공간을 사랑하는 사람들

카공족

카공족. 까페에서 공부를 하거나 사무를 보는 종족을 일컫는 말이다. 나도 이런 부류의 사람으로 '나와 비슷한 종류의 사람이 많아 카공족이라는 말 생겨났구나'하며 새삼 놀랐다. 최근에 이런 행동 패턴을 보이는 종족이 매우 흔해졌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고, 개인의 행복과 안녕을 신경 쓰기 시작하면서, 더 좋은 공간에서 머물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카공족들은 공간이 주는 느낌을 사랑한다. 아름답고 색다름을 주는 공간에서 공부와 작업의 효율이 올라가는 것을 느끼고, 공간이 주는 느낌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카공족이 사랑하는 느낌은 새롭고, 아름다운 것이 주는 뇌의 자극이다. 사람의 뇌는 반복되는 것에 금세 지루함을 느끼고, 지루함을 느끼면 피곤함과 에너지를 잃은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다고 한다.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을 살면서 새로운 것을 느끼지 못할 경우, 뇌가 지루해하여 무력감에 빠질 수 있다. 지정된 업무 공간에서 수동적인 태도로 같은 업무를 하는 것. 걸을 때도 주변을 느끼지도 않으면서 같은 길로만 걷는 것. 새로운 장소를 찾지도 않고, 새로운 것에 감동받지도 않으려 하는 것 등이 우리의 에너지를 잃게 만든다.


반대로, 흥미로워하는 새로운 자극을 느끼면 뇌는 자극을 받고 우리는 에너지를 얻는다. 지쳤을 때 가는 미술관과 새로운 까페들은 지루함에 잠식되어 가는 뇌를 깨워준다. 대다수의 카공족들은 이러한 사실을 무의식적으로 알고 다양한 공간을 경험한 뒤, 새로운 느낌을 받아 감동을 느끼는 공간 몇몇 곳을  알아둔다. 아무리 좋아하는 장소라도 너무 자주 들리면 신선함이 떨어지기 때문에, 여러 장소를 물색해 두기도 한다. 사실, 신선함이란 받아들이는 사람의 내면의 문제여서, 같은 공간에만 가더라도 그 안에서 평소 가지는 감정과는 다른 느낌을 가진다면 새로운 자극이 될 수 있다. 같은 까페에 가더라도, 들리는 음악이 다르고, 찾아오는 손님도 다르며, 심지어 내면에서 느끼는 까페의 불빛, 테이블의 촉감과 색상의 느낌도 다르기 때문에 얼마든지 새로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새로움을 느낀다는 것은 객관화된 사실보다도 마음에서 어떠한 것을 느끼는가의 문제이다. 일을 할 때도 절차화 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을 넘어서, 자신 내면에서 창의적으로 처리하고 싶은 일거리가 생긴다거나, 자신이 바라는 이상이 투영되어 있다면 새로움을 느껴 에너지를 얻게 된다. 보통 사람들이 잘 느끼지 못하는 '일의 재미'라는 것은 자신의 일을 마치 작품처럼 느끼는 감정에서 나온다.


가끔 회사에 일찍 도착하면, 지하 까페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며 주변을 관찰한다. 출근하는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간혹 낯설게 보일 때가 있다. 집중에서 눈에 들어온 적이 없던 풍경이 마치 달리의 그림을 보듯이 이색적으로 느껴진다. 이런 식으로 새롭게 보이는 것을 즐기고 나면, 에너지를 얻는다. 사실, 최소한의 힘을 유지하고 있어야 감수성이 열리면서 밖의 세상을 감상하게 되는데, 컨디션이 좋아야 잘 느껴지기도 하고, 느끼고 나면 컨디션이 더 좋아지기도 하는 상호 영향을 미치는 관계가 형성된다.


바쁜 와중에도 느끼려는 감각과 감수성을 열어두는 것. 감동과 힘을 얻는 유용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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