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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먼 Jan 03. 2022

자신의 이름으로 사랑할 수 있기를, <러브 사이먼>


자신의 성지향성을 숨기고 살아가는 사이먼. 고등학교라는 정글 속에서 그것을 숨기고 살아가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의 가족한테도 말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마음 속에서는 계속 메아리가 울린다. 그러나, 학교에서 놀림받는 다른 동성애자 친구를 보며 그 메아리를 잠재우려 노력한다. 우연히 학교 게시판에 자신이 게이임을 밝히는 익명의 존재 ‘블루’가 나타난다. 사이먼은 블루에게 대화를 건다. ‘난 너와 다르지 않다’고 말하며 그에게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밝힌다.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밝힐 수 없었던 사이먼은 ‘자크’라는 이름으로 그와 대화를 이어간다. 그리고 그와 점점 깊은 내적 친밀감을 쌓아간다. 하지만 연극부 친구 마틴에게 자신의 정체를 들키게 된다. 마틴은 그것을 빌미로 그를 협박하며 애비와 연결해달라고 말한다. 사이먼은 마틴의 협박을 들어주는 동시에 블루의 존재가 누구인지 알아내기 위해 분투한다. (줄거리 중략)



영화는 한 순간도 사이먼을 착취의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또한 용기 내라며 등을 떠밀거나 극복해야 한다고 소리치지도 않는다. 선을 넘지 않는 한에서 그저 조용히 지켜본다. 또한 성지향성을 전형적인 하이틴 코미디 서사 정중앙에 위치시켜 그것이 평범한 이야기, 즉 ‘난 너와 다르지 않은’ 이야기를 보여준다. 사이먼이 블루의 존재를 찾아 헤매는 미스터리, 자신의 존재 자체에 대한 고민과 타인과의 관계에서 나오는 드라마는 하나의 방향으로 섞여가며 전형성 안에서 새로움을 보여준다.



블루는 사이먼에게 자신이 관람차에 갇혀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말하기 두려운 마음과 정말 말하고 싶은 마음 안에 갇힌 블루와 사이먼은 같은 관람차 안에 갇혀 있었을 것이다. 사이먼은 블루에 대한 마음이 커지자 이메일 끝에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자크’(Love, Jacques)라고 써서 보낸다. 블루는 그에 응답하듯 ‘Love, Blue’ 라고 응답한다. 이 영화의 정말 순수한 부분은 사이먼은 그의 외적인 부분에 단숨에 반하게 된 것이 아니라 긴 시간 동안 자신과 같은 가치를 공유하면서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 여타 하이틴과 다른 지점에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에 우리가 목격하게 되는 키스신이 더욱 아름답고 순수하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자신을 자크라고 부르던 사이먼은 끝내 ‘Love, Simon’ 이라고 적어 이메일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사이먼과 블루가 탔던 관람차에 갇혀 있을 것이다. 그들이 그곳에서 벗어나 ‘자크’ 또는 ‘블루’가 아닌 오로지 자신의 이름으로 사랑을 이야기 할 수 있기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을 노래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관람차에서 벗어나 자신의 이름으로 사랑을 노래하고 싶은 모든 사람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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