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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재난 현장으로 가장 먼저 달려가는 그들.
우리는 그들을 영웅이라 부른다.
그 영웅들을 위해
우리사회가 반드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책임이 있다.
재난 현장에서 주저없이 자신의 몸을 던져 사람을 구하는 영웅들.
그들은 생명을 지키기 위해 달려가지만,
정작 그들 자신의 마음을 지킬 시간과 지원은 충분하지 않다.
이태원 참사 이후, 우울증과 트라우마로 힘들어하던 한 소방대원이 숨진 채 발견되었다.
그의 마지막 선택에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배려가 담겨 있었다.
그런데 왜, 소방대원들이 자신의 마음을 지키는 일까지 홀로 짊어져야 하는가.
죽음의 벼랑 끝에서 사람을 살리기 위해 살아가는 이들이,
정작 자신의 삶을 지킬 힘을 얻지 못한 채 떠나야 한다는 현실은 너무나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
그의 삶은 타인의 생명을 지키는 데 헌신을 했다.
그리고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남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 했던 듯하다.
일반인이 잘 다니지 않는 교각을 선택한 것은, 그 자신을 위한 것이면서도 동시에 동료와 시민에게 끼칠 충격과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배려였을 것이라고 감히 짐작해 본다.
그래서 마음이 더 무겁고 아프다.
소방대원들은 재난 현장에 출동하며 극심한 트라우마를 경험한다.
더 살리지 못했다는 자책감,
현장에서 겪은 충격,
반복되는 악몽과 과민반응,
우울과 불안, 불면…
이 모든 것은 직업적 숙명이 아니라,
인간이 감당해야 하는 한계를 넘어선 고통이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필요한 심리치료와 회복 지원조차도 동료들에게 부담을 줄까 걱정하며 스스로 포기하게 만드는 구조적 문제가 존재한다.
약물치료와 상담치료가 일부 제공되지만, 체계적 지원과 예방 시스템이 미비하고 사회적 인식도 부족하다.
결국, 스스로 마음을 열고 회복하도록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이것은 결코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윗선과 사회가 만들어 놓은 부조리한 체계 때문이다.
어떻게 소방대원들에게
“너만 힘들고 괴롭냐”는 식으로
스스로 트라우마를 치유하라고 요구할 수 있겠는가.
대놓고 명시적이지 않아도,
묵시적으로 깔린 체계는 이미 오랜 세월 동안 누적된
윗선과 조직, 사회가 만들어 놓은 구조적 부조리로,
소방대원들에게 스스로 상처를 감당하게 만드는 현실을 만들어 왔다.
재난 현장에서 그들을 보호하는 책임은 개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 사회가 먼저 져야 한다.
직업을 선택했다고 해서 극심한 정신적 상처까지 개인에게 홀로 책임을 지우는 것은 결코 옳지 않다.
소방대원이라는 직업이 가진 가장 큰 위험이자,
사회가 먼저 책임지고 관리해야 할 문제다.
숨진 소방대원이 남긴
“떳떳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은 단순한 자책이 아니다.
현장에서 겪었지만 말할 수 없었던 현실과 압박,
감춰야 했던 진실의 무게가 담긴 말일 것이다.
그 안에는 동료와 시민을 위한 마지막 배려,
인간으로서 느낄 수밖에 없는 무력감과 죄책감이 겹겹이 얽혀 있다.
해외에서는 소방대원들의 정신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체계적인 후방 지원과 심리치유 시스템을 운영한다.
미국은 IAFF 센터, FBHA(firefighter behavioral health alliance), Fire to Light와 같은 단체를 통해 PTSD 치료, 동료 지원, 심리치료를 제공하며,
호주와 이스라엘은 회복력 훈련과 정신 건강 프로그램으로 구조대원의 트라우마를 관리한다.
정기적 평가, 동료 지원, 상담 치료, 교육을 통해 조기 발견과 예방도 가능하다.
반면 대한민국의 소방대원 지원 시스템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충분한 치료와 안정이 제공되지 않는 현실 속에서, 그들은 여전히 홀로 고통을 견디며 구조 현장으로 달려간다.
재난 현장에서 그들이 우리를 지켜야 한다면,
평소에 우리 사회는 왜 그들을 지킬 책임을 방치하고 있는가.
그들의 삶을 단순한 영웅담으로 치부하지 않고,
심리적 안정과 치료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그들의 삶과 마음을 존중하는 것.
죽음의 벼랑 끝에서 사람을 살리기 위해 살아가는 영웅들에게,
이제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최소한의 책임은
그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충분히 제공하는 것이다.
소방대 예산이 엉뚱한 곳으로 새어나가는 것을 막고,
실제 재난 현장에 나가는 소방대원들에게 직접적이고 충분한 지원이 제공되어야 한다.
누군가의 생명과 직결된 예산인 만큼,
제발 검은손들이 타지 않길 바란다.
이제는 영웅이라는 이름에 기대어
책임을 미루어서는 안 된다.
재난 현장에서 그들을 지켜야 하는 책임은 개인에게 있지 않다.
정부와 지자체, 사회가 나서서
그들의 마음과 삶을 지키는 실질적 지원과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그들이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감당해야 할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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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건강히 무사히 돌아오시길 바랬는데 ...
부디 그곳에서는 마음 편히 쉬세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