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라는 긴 터널 속에 갇혀
오롯이 혼자 견뎌야 하는, 영웅이라 불리는 사람들,
참사 현장의 소방대원과 의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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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와 무안공항 참사,
모든 국민들이 암묵적으로 고통을 함께 나누고 있는 가슴에 묻어 둔 아픔이 있다.
그러나 그 안에서 가장 큰 상처를 지니고 있는 사람들은 바로 현장에서 생명을 구하려 달려간 소방대원과 의료진이다.
그들은 참사 이후에도
여전히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다.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에 투입된 소방대원 가운데 1,316명이 불면, 불안, 공황장애, 우울 등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며 치료를 받아왔다.
사건이 일어난 지 3년이 되어 가지만,
여전히 누군가는 꿈속에서 희생자들의 얼굴을 보고,
또 누군가는 이태원 근처를 지나가지 못한다.
"현장에서 사체를 수습할 때마다 이태원 참사가 떠오른다"는 말 속에는 트라우마가 얼마나 일상 깊숙이 파고들었는지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러나 고통은 단순히 심리적 증상에만 머물지 않는다.
최근 인천의 한 30대 소방대원은
"사망자를 감당하기 힘들었다"며 이태원 참사 이후 겪어온 우울증을 토로했고,
결국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메모를 남기고 자취를 감췄다.
참사의 충격이 얼마나 오랫동안,
얼마나 깊게 이들을 옥죄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무안 제주항공 참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대형 재난의 현장에 투입된 소방대원들 가운데 상당수가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했지만, 이들을 지원할 상담 인력과 시설은 턱없이 부족했다.
"찾아가는 상담실" 같은 프로그램이 운영되지만
다소 형식적이라는 평가가 뒤따르고,
사실상 제대로 된 전담 치료 시설은 없다.
결국 이들은 고통을 안은 채
다시 현장으로 향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놓여 있다.
소방관 10명 중 4명 이상이 심리질환을 겪고 있다는 통계는 우리 사회의 민낯을 보여준다.
재난의 순간마다
우리 모두가 의지하는 사람들이지만,
정작 그들의 고통은 사회의 기억에서 너무 빨리 잊혀진다.
현장의 참혹함은 반복되고,
그러나 그 상처를 돌보는 체계는 늘 늦게 따라온다.
소방청이 2026년 강원도에 ‘소방심신수련원’을 열겠다고 밝혔지만, 당장의 고통을 붙들어 줄 방법은 여전히 부족하다.
더 뼈아픈 건, 이런 심리적 고통이 단순히 개인의 아픔에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불면과 불안으로 집중력이 흐려지고,
이는 곧 현장 안전과도 직결된다.
교대근무 속에서 쌓여가는 피로와 공허함은 또 다른 악순환을 낳는다.
근본적인 해법은 인력 확충과 구조적 지원에 있다.
특히 인구 밀집도가 높은 서울 지역의 인력 충원은 시급하다.
"영웅"이라는 말만으로는 결코 버틸 수 없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이들은 직업적 의무만을 수행한 공무원이 아니라,
똑같이 두려움과 아픔을 느끼는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참사의 현장에서 국가와 사회를 대신해 고통을 마주한 이들이
또 다른 2차 피해자로 남지 않도록,
체계적인 지원과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인터뷰했던 한 소방대원의 말이 오래 마음에 남는다.
"부모님은 제가 그 현장을 갔던 것만으로도 힘들어하시는데, 희생자 부모님들은 얼마나 힘들까. 차라리 이게 꿈이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그가 느꼈던 절망과 무력감은,
아마도 많은 대원들의 마음을 대변했던 것 같다.
참사 이후 점점 잊혀져 가는 뉴스들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고통 속에 있는 이들의 목소리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리고 실종 소방대원의 소식은,
사회가 그의 목소리를 외면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다시금 일깨운다.
그들의 상처는 여전히 진행형이고,
우리 사회가 책임져야 할 몫이기도 하다.
부디 더 이상 이들이 홀로 고통을 감당하는 일이 없기를.
우리가 기억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
또 다른 비극을 막는 작은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
지금도 행방이 묘연한 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소방대원 A씨의 무사 귀환을 간절히 기도한다.
A씨는 2022년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 지원 후 우울증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아왔다.
당시 한 언론 인터뷰에서 "사망자를 감당하기 힘들었다"며 참혹했던 경험을 토로한 바 있고,
여전히 그날의 충격과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혼자 감당해야 했던 외로움과 무거운 마음을 생각하면,
우리 사회가 끝까지 그를 지켜주고 보듬어야 한다는 사실이 더욱 절실하게 느껴진다.
부디 무사 귀환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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