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노동자의 삶을 뒤흔든 1050원 악몽의 끝

'현대판 장발장' 2년 만에 벗겨진 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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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27일, 전주지방법원에서 한 노동자의 2년 간의 치욕스러웠던 악몽이 끝났다.


사건의 중심에 서 있었던 것은 거창한 거액의 돈이 아니라, 단지 1050원짜리 간식 두 봉지였다.

초코파이 한 개 450원,
커스터드빵 한 개 600원.

숫자로만 보면 사소한 금액이지만, 이 작은 간식은 한 사람의 명예와 생계, 그리고 우리 사회의 법 감각을 정면으로 흔들어 놓았다.

전북 완주군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출고센터에서 경비노동자로 일하던 A씨는 지난해 1월 18일 새벽,

사무실 냉장고에서 초코파이와 커스터드를 꺼내 먹었다는 이유로 절도죄로 기소됐다.

회사는 이를 절도로 보고 경찰에 신고했고, 사건은 곧 형사재판으로 이어졌다.

1심 재판부는 벌금 5만원을 선고했고, 액수만 보면 “그냥 끝내도 되는 것 아닌가” 싶지만

이 벌금형 뒤에는 훨씬 무거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절도 유죄 판결이 확정되면 경비업법상 경비업 종사 자격이 제한된다.

1050원짜리 과자 두 개는 그에게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생계를 잃는 절박한 위험이었다.

그래서 그는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고, 1심 유죄에도 항소했다.
많은 언론은 이 사건을 ‘현대판 장발장’이라 불렀다.

빵 하나 훔친 장발장이 아니라,
초코파이 하나 먹고 도둑이 된 노동자.

해당 사건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은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을 단순히 “남의 물건을 가져갔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그 배경에 놓인 현장의 관행과 신뢰, 그리고 피고인이 처한 노동 현실을 함께 들여다보았다.

특히 쟁점은 ‘절도의 고의가 있었는가’였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에게 절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 근거는 명확했다.
수사 단계에서부터 물류회사 탁송 기사와 보안업체 직원 등 39명이 진술서를 제출했고,

그 내용은 한결같았다.


“배고프면 사무실 냉장고 간식을 꺼내 먹어도 된다.”

“야간 근무 중 간식을 먹는 관행이 있었다.”

“그동안 냉장고 간식을 먹었다고 해서 문제가 된 적이 없었다.”



재판부는 특히 “다른 직원 39명이 수사를 받을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같은 취지로 진술할 이유가 없다”고 보았다.

이는 현장에서 간식이 사실상 공유 자원처럼 인식되어 왔음을 뒷받침했다.

언론 보도에는 냉장고 한쪽에 붙어 있던 문구가 소개되었다.
“커피는 사무실에서, 밖으로 나가지 마세요.”

만약 냉장고의 물건이 철저히 개인 소유였다면,
“냉장고 안 물건은 절대 먹지 마세요" 라는 문구가 써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는 사실은 내부 공유 문화가 존재했음을 은근히 암시한다.

재판부는 A씨가 탁송 기사들로부터 “간식을 먹어도 된다”는 말을 들었을 가능성이 크고,

새벽 시간대에는 허락을 구할 상대가 거의 없어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런 상황에서 그는 간식을 제공할 권한이 탁송 기사들에게 있다고 충분히 착오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항소심 재판부는 1심 벌금 5만원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판결 당일, A씨는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대신 전국금속노조를 통해 입장문을 공개했고 그 글에는 지난 2년 동안 그가 감내해야 했던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치욕스럽고 힘겨운 날들을 보냈습니다.

상호 호의를 기반으로 한 수십 년 관행이 한순간에 범죄가 돼버린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그는 고발한 업체를 향한 섭섭함을 숨기지 않았지만, 동시에 하청 구조 안에서 어쩔 수 없이 움직여야 하는 현실도 이해한다고 말했다.

“고발인을 비롯한 상대 업체에 대한 섭섭함이나 원망이 없을 수는 없지만 하청회사로서의 사정을 어느 정도 짐작합니다. 결국 원청사의 개입 없이는 발생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섭섭함과 원망의 정도는 원청사에 더 깊습니다.”

그는 자신을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라 불렀지만, 20년 가까이 맡은 업무에 자부심을 갖고 회사 발전에 기여했다고 믿어왔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했는지 아직도 의문입니다.”

노동계는 이 사건을 “1050원짜리 과자로 노동자를 범죄자로 몰아세운 구조적 문제”라고 강하게 비판했고

“밥줄을 끊을 뻔한 현실”을 지적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초코파이 때문에 생계가 흔들려도 되느냐”,

“하청노동자가 과자 하나 먹었다고 재판까지 가야 하느냐”는 질타가 이어졌다.

검찰은 뒤늦게 시민위원회를 열었고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는

A씨에게 선고유예를 요청하며 “마지막 선처”를 말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선처가 아니라 무죄를 선택했다.

“봐주자”의 문제로 보지 않고
“애초에 범죄가 아니다”라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은 판결문을 검토해 상고 여부를 고려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이 사건은 단순한 초코파이 사건을 넘어 '법 감각'에 대한 질문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는 흔히 “법 앞에 모두가 평등하다”고 말하지만 현실에서 그 문장은 자주 비껴간다.

1050원짜리 간식을 먹은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는

2년 동안 도둑으로 몰려 재판을 받아야 했고 생계를 잃을 위기에 놓였다.

반면 거대한 구조 속에서 벌어지는 더 큰 불공정과 탐욕은 때로 조용히 사라지거나 묻혀버린다.

법은 누구를 향해 더 엄격하며 누구에게 관대하게 흘러가는가.
법은 정말 모든 사람에게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가.
그리고 법을 집행하는 기관은 자신들이 가진 권한을 누구에게 어떻게 휘두르고 있는가.

이번 판결은 A씨 개인에게 명예 회복의 순간이고,

대한민국 사법부에는 오랜만에 “법의 상식이 살아 있다”는 안도감을 안겨준 사건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사건이 여기에서 끝나버린다면

우리는 또 한 번 “그때 잠시 시끄러웠던 사건” 정도로만 기억하게 될 것이다.

A씨는 입장문 마지막에서
“다시는 이와 같은 일로 고통받는 노동자가 없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라고 말했다.

그 문장은 이 사건의 최종적인 결론이며 우리가 기억해야 할

피해 노동자의 당부이자, 메세지일 것이다.

1050원짜리 초코파이와 커스터드 사건은 결국 단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하청과 원청 간의 노동 현실을 가르는 권력의 차이,
노동자를 감시와 통제로 묶어두는 조직 문화,
사소한 실수는 범죄로 만들면서 정작 구조적 책임 앞에서는 침묵하는 관행,
그리고 그 모든 것 위에 작동하는 법과 수사, 기소권의 무게.

판결문에는 법적 문장이 적혀 있지만 그 사이사이에 우리 사회의 얼굴이 비친다.

이 사건이 ‘현대판 장발장’으로 불렸던 이유는 금액이 적어서가 아니라,

배고픈 노동자가 먹은 간식이 곧 그의 존재 전체를 죄인으로 만든 과정 자체가 부당했기 때문이다.

오늘 그는 2년 만에 누명을 벗었고 우리는 그 결과에 안도했지만,

그 안도감에서 머무르기 보다는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또 다른 새로운 초코파이 사건이
다시는 어디에도, 누구에게도 반복되지 않도록.

“법은 누구를 위해 존재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침묵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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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YTN,연합뉴스,MBC,KBS,SBS

한겨레,법률신문,경향신문,중앙일보,조선일보,한국일보

(2025.11.27 보도 내용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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