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강을 건너온 동심의 잔상
출근길, 동네 골목에서 뜻밖의 풍경이 나를 멈춰 세웠습니다. 꼬마 대여섯 명이 길 한가운데 모여 신발 던지기 놀이를 합니다. 손에 든 것도, 그린 선도 없었지만, 뻔히 보이는 신발 두 짝으로 저토록 생동감 넘치는 놀이가 가능하다니 경이로움이 앞섰습니다.
가장 작은 아이가 가장 멀리 던져낼 때, 아이들의 단순한 웃음소리가 공기를 맑게 흔들었고, 내 입가에도 잔잔한 미소가 피어났습니다. 아이들은 단순한 요소로 즐거움을 창조하는 연금술사였습니다.
문득,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바로 고무신이었습니다.
시골 아이에게 고무신은 신발 이상의 의미였습니다. 맨발의 자유로움과 편리함을 동시에 주는 최고의 발명품이었지요. 뒤꿈치를 접어 슬리퍼처럼 끌고 다니거나, 흙길을 달릴 때 펄럭이는 소리마저 흥겨운 리듬이었습니다.
가장 흔했던 놀이는 '신발 차기'였습니다. 친구들과 고무신 뒤축을 단단히 접어 발끝으로 튕겨 누가 더 멀리 날리는지 겨루었습니다. 고무신을 차기 직전, 굽을 '톡' 걸어 올리는 섬세한 기술과 집중력이 필요했던 우리만의 스포츠(?)였습니다.
신발 차기에 싫증이 나면, 우리는 고무신을 '고무신 배'로 둔갑시켜 강가로 달려갔습니다. 작은 나뭇가지나 풀잎을 꽂아 돛을 만들고, 물살이 적당한 곳을 찾아 배를 띄웁니다.
물살에 실린 배가 유유히 흘러가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마치 선장이라도 된 양 강가를 따라 함께 달려갔습니다.
고무신 배 경주는 순수한 놀이였습니다. 승패가 명확한 경쟁이 아니라, '자연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법'을 가르쳐주었습니다. 예측 불가능한 물살을 보며 인생의 무위자연적인 순리를 어렴풋이 체득했던 것입니다.
고무신 배를 띄워 보내고 맨발로 돌아오던 그 길에는 물질적인 풍요는 없었지만, 삶의 여백과 고요한 충만함이 가득했습니다.
가진 것이 없었기에, 가장 흔한 것들—고무신, 모래, 물, 바람—을 가지고 무한한 상상력을 창조할 수 있었습니다.
사진 속 아이들의 놀이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장 단순한 도구 하나로, 아이들은 복잡한 세상의 셈법을 잊고 오직 그 순간의 즐거움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문득,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나는 나에게 묻습니다.
'나는 지금 무엇을 던지고, 무엇을 쫓고 있는가?'
어른이 된 나는 고무신 대신 가죽 구두를 신고, 신발 차기 대신 끝없는 경쟁에 매달립니다. 그 과정에서 가장 단순했던 '존재하는 기쁨'을 잊은 채, '더 멀리', '더 많이'라는 목표만을 향해 질주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천 년의 은행나무가 준 가르침처럼 나에게 '가진 것의 많고 적음이 행복의 기준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오늘 나는 이 출근길 끝에서, 내 삶의 불필요한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다시 한번 '고무신 배'를 띄우던 그 시절의 순수함을 되찾아보려 합니다.
가장 단순한 것에서 가장 큰 기쁨을 발견했던 그 동심의 눈으로, 오늘 하루를 살아낼 용기를 얻으며 지하철에서 내립니다.
주| 본 작가는 유년시절을 임진강 상류지역 어느 작은 시골마을에서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