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의 유혹에 잠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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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이루는 밤
나의 餘白을 꿈꾼다
눈을 감고
눈을 뜨고
餘白을 상상하며
넘침도 없이
채움도 없이
餘白 그대로 남겨두고
그곳에 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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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은 늘 무엇인가로 채우려는 집착과 넘쳐흐르는 욕심으로 가득합니다.
더 많은 성과, 더 많은 관계, 더 많은 정보로 끊임없이 스스로를 가득 메우려 애씁니다.
잠 못 이루는 밤,
우리가 간절히 꿈꾸는 '餘白'은 단순히 시간이 남는 공간이 아닙니다.
그것은 삶의 속도를 멈추고, 채우려는 의지마저 놓아버리는 가장 숭고한 '무위(無爲)'의 공간입니다.
노자(老子)가 말했듯, 그릇의 가치는 채워진 내용물이 아니라, 비어 있는 그릇의 내부에 있습니다.
창문과 문이 있는 덕분에 방이 기능을 하듯,
'餘白'은 우리가 세상의 소리로부터 벗어나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허락하는 지혜의 빈자리입니다.
넘침을 경계하고, 채움마저 포기할 때, 비로소 우리는 완벽하게 '여백 그대로'인 상태에 이릅니다.
그 순간, 비어 있음이 곧 충만함이라는 역설적인 진리를 깨닫습니다.
텅 비지 않은 맑은 공간,
그 여백 속에 나의 존재를 내려놓고 잠든다는 것은, 외부의 모든 짐과 집착으로부터 스스로를 해방시키는 가장 평화로운 안식입니다.
우리의 영혼은 끊임없는 채움이 아닌, 이 '여백' 속에서 비로소 숨을 쉬고 회복하며, 다시 세상을 살아갈 맑고 담백한 힘을 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