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 다를 뿐
모처럼 나만의 공간과 시간에 온전히 빠져들었다. 일상의 소음이 닿지 않는 새벽의 고요 속, 창밖으로 번지는 옅은 여명처럼 마음이 서서히 밝아지는 것을 느낀다. 이 순간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그 무엇에게도 구애받지 않는 절대적인 나만의 영역이다.
나는 이 귀한 자유를 허락받은 시간에, 습관처럼 엉겨 붙었던 일상의 관성적인 형식들을 무시하고 마음 가는 대로 몸을 움직였다. 시계가 알려주는 시간의 순서도,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의 무게도 잠시 내려놓았다. 그저 나의 호흡과 나의 감각만이 이 공간을 채우는 유일한 기준이 되었다.
그리고 마주했다. 지금의 나, 지금까지 걸어온 나를. 세상이 만들어 놓은 막연한 '현실의 결과치'라는 자를 가져다 대고, 나를 끊임없이 비교하고 평가하는 잔인한 과정을 되풀이했다. 이상적인 삶의 그래프에서 한참 벗어나 있는 듯한 현재의 좌표에, 언제나 만족은 없고 불만과 조급함만이 짙은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있었다. 나는 왜 저들과 같지 못한가, 왜 나는 아직 저기에 도달하지 못했는가.
하지만 이 고요한 성찰의 순간, 내 안에서 단단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모두 같을 필요도, 같을 수도 없다.
우리는 현실이라는 무대 위에서 늘 '하나의 답'을 강요받는다. 성공, 행복, 안정... 이 모든 것을 수치화하고 정량화하려는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그 하나의 답을 향해 질주하지 않으면 낙오자 취급을 받는다. 그러나 나는 안다, 현실이 제시하는 그 하나의 답은 결코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정답은 없다. 애초에 인간의 삶에 공식처럼 적용될 수 있는 절대적인 진리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정답'이라 부르는 그 획일적인 기준들은, 단지 저마다의 이기적인 욕망과 편의, 사회가 만들어낸 다수의 합의에 근거할 뿐이다. 그것은 단지 '가장 흔한 결과치'일뿐, 나의 존재 가치를 재단하는 잣대가 될 수 없다.
나는 문득 안도와 해방감을 동시에 느낀다.
내가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다.
내 삶의 속도가 느리든, 내가 택한 길이 비주류든, 내가 추구하는 가치가 세상의 주류와 다르든, 그것은 '오류'가 아니다. 그것은 '나만의 개성'이자, '나만의 경로'다.
이제 더 이상 타인의 시선과 '정답'이라는 허상에 갇혀 나를 깎아내릴 필요는 없다. 남들이 빠르다고 덩달아 뛰어갈 필요도, 남들이 옳다고 맹목적으로 따를 필요도 없다.
나의 고유한 방식으로, 내가 걷고 싶은 나만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면 되는 것이다. 그 길의 끝에 남들과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해도, 그것이야말로 세상에 하나뿐인 나의 정답이 될 테니 말이다.
이 깊은 깨달음은 나에게 가장 단단한 위로가 된다. 나는 오늘, 나만의 속도와 색깔을 인정하고 자유로워진 영혼으로 다시 세상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