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에게.

by 담우

당신은 잘 계세요?


어제 꿈에 당신의 집에서 자는 꿈을 꿨어요.


한창 곤하게 자다가 눈을 뜨니까

당신 집 거실이더라구요.


왜 내가 여기있지 화들짝 놀라

주위를 두리번 거렸는데 당신은 없더라구요.


그보다 당신도 없는데

난 그 아파트 거실이 당신 집인지

어떻게 알았을까.


실제 그 아파트보다 훨씬 깔끔했고

뒤뚱거리던 고양이도 없었는데 말이죠.


여튼 당신의 그 서늘한

동향 베란다에서 잠을 깨

우리집 남서향 침실에서 일어나

오랜만에 당신 생각을 했습니다.


당신은 어떠세요.

말 안 듣는 신도들은 여전한가요?

몸 여기저기 아프던 곳들은 나아졌나요?

당신 조카는 많이 컸겠네요.


당신의 욕망은 좀 안녕하신가요.


당신이 그립다기보다

이젠 흔적만 어렴풋이 남은

그 시절 생각이 났어요.


그 때의 내가 말이에요.

전생의 나 같더라구요.

내가 저런 삶도 살았었군.


잃어버린 것도 같고.

잃어버렸다 생각하면

괜히 억울하잖아요.

한 때 우리는 세상을 다 가졌었는데.


그냥 가끔 보고싶어요.

당신이 그리워서. 아직 애달파서가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다 가졌을 때를 기억하시는지.

그냥 그 때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요.


왕년의 이야기 좀 하면 어때요.

멋진 인생을 살아야 하는 이유는,

재밌는 썰을 들려 줄 멋진 노인이 되기 위함인데.


말이 길어졌네요.

가봐야겠어요.

어디서든 아프지 말고 행복하시길.


어차피 곧 연락하겠지만요.

안 할지도 모르겠지만요.

그런 게 서프라이즈죠.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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